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LG전자의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담당하는 ES사업본부가 전사 실적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4067억원으로 전체 실적의 3분의 1을 책임졌고, 영업이익률은 13.3%로 4개 사업본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신설 조직이 첫 분기 만에 수익 구조의 중심에 선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ES사업본부는 올 1분기 매출은 3조544억원, 영업이익은 40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21.2% 늘어난 수치다. 전사 실적(매출 22조7398억원, 영업이익 1조2591억원)과 비교해 매출 비중은 13.4%에 그쳤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32.3%에 달한다. 전사 사업본부 중 매출·영업이익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특히 ES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13.3%로, 4개 사업본부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HS사업본부는 9.6%, 전장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4.4%, TV·디스플레이를 맡는 MS사업본부는 0.1%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에서 영업이익을 나눈 비율로,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ES사업본부의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는 주력인 HS사업본부보다 낮지만 수익성에서는 오히려 앞섰다.
이 같은 호실적은 글로벌 상업용 공조 시장의 확대와 맞물려 있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에너지 고효율 설비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상업용 시스템에어컨과 산업용 공조 솔루션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각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기후위기 대응 정책도 시장 확대를 뒷받침했다. LG전자는 기존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위주의 공조 사업을 기업간거래(B2B)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유지보수 계약과 설치 기반의 지속적인 매출 구조를 확보했다. 고효율 인버터·열교환기 등 핵심 부품 내재화도 수익성 개선에 한몫했다.
ES사업본부는 지난해 11월 기존 생활가전 담당 H&A사업본부(현 HS사업본부) 산하에 있던 HVAC 사업을 분리해 출범했다. 글로벌 톱 티어 종합 공조업체로의 도약을 앞당기기 위한 판단에서다. 당시 조직개편으로 해체된 BS사업본부에서 전기차 충전사업도 이관받았다. 다만 LG전자는 이달 22일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자 성장성이 뚜렷한 HVAC 사업에 ES사업본부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결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정용·상업용 에어컨과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등 HVAC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24일 진행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ES사업본부는 유독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는 4개 사업본부 중 유일하게 ES사업본부에 한해 실적 발표에 앞서 연혁과 경쟁력, 사업 전략을 별도로 소개했다. 신동훈 ES사업본부 경영관리담당(상무)은 "신설본부인 만큼 본부의 연혁과 경쟁력, 전략을 먼저 설명하겠다"며 HVAC 사업의 핵심 부품 자체 생산 역량과 12개 글로벌 생산기지 운영,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 절감 솔루션 등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LG전자가 ES사업본부를 전사 B2B 사업 성장을 이끄는 핵심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신 상무는 ES사업본부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가정용 에어컨 판매 호조로 분기 매출 3조원을 처음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말 조직개편 효과와 고수익 사업 확대에 힘입어 연간 기준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성도 칠러 등 고마진 제품 판매 증가에 따라 한 자릿수 후반대에서 두 자릿수에 가까운 수준까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연간 매출 10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률도 두 자릿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고, 북미와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 확대를 추진 중"이라며 "올해는 전년 대비 190% 이상의 수주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데이터센터에 요구되는 고효율 냉각 기술 개발에 집중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MS의 애저 퀀텀 플랫폼을 활용해 양자컴퓨팅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를 HVAC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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