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사태와 자본시장 논쟁홈플 사태에 사모펀드 '도마 위'…긍정적 역할은 눈밖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홈플러스 사태로 사모펀드(PEF) 업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 사회·정치적으로 사모펀드를 '악'으로 치부하고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간 사모펀드가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순기능이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치·사회적으로 사모펀드 '규제론'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재무관리학회는 지난 14일 '사모펀드 경영방식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정부에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위원회 역시 국내 사모펀드 현황과 문제, 규제 필요성 등과 관련해 연구 용역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홈플러스 사태로 촉발된 MBK에 대한 비판이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MBK의 경영 방식이 도마에 오르면서 모든 사모펀드를 투자금회수(엑시트)에만 몰두하는 '투기 자본'과 일반화하는 식이다. 이에 모니터링 강화, 레버리지(차입) 비율 제한 등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사모펀드를 향한 부정적 인식이 자칫 자본시장 내 순기능도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04년 출범한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지난 20여 년간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회복시키고 시장 내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KCGI와 한진그룹이다. 지난 2018년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땅콩 회황', '물컵 갑질' 등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되자 KCGI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 주주로 참여했다. 이후 KCGI는 이사·감사 후보를 제안하고 전자투표 도입·배당 확대 등을 촉구하는 등 경영 투명성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을 잡아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행동주의의 진의에 대한 의구심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KCGI의 행동은 한진그룹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강화하는 결과를 이끌었다. 실제 한진칼은 2019년 배당성향을 50% 수준까지 올렸으며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수도 대폭 늘렸다.
지난 2020년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전 두산중공업)로 시작된 재무구조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한 계열사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며 유동성을 공급했다. ▲큐캐피탈의 두산건설 인수(3700억원) ▲웰투시인베-소시어스PE의 모트롤 인수(4500억원) ▲스카이레이크의 두산솔루스 인수(70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사모펀드가 시의적절하게 자금을 수혈해준 덕분에 두산그룹은 빠르게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재건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실제 두산그룹은 확보한 현금으로 차입금을 줄이는데 주력하고 그룹 내부적으로 자산을 재배치하며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했다. 결과적으로 당초 예정됐던 기간인 3년보다 1년여를 앞당긴 23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를 벗어났다.
사모펀드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차량 안전벨트 제조사 디비아이(DBI)는 코스톤아시아에 매각된 지 1년 만에 글로벌GM과 1억달러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탈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파마리서치도 CVC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MBK로 인해 PE업계 전반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유동성 공급이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그간 PE가 자본시장 내에서 보여줬던 긍정적인 역할까지 퇴색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PE가 기업을 인수한 후 단순히 수익을 뽑아 떠나는 존재로 보는 것은 단편적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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