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도 포기한 CIS…소니·삼성·中 '각축전'
삼성전자, 애플 공급망 진입 '과제'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10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이미지. (출처=삼성전자)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최근 SK하이닉스가 'CMOS 이미지센서(CIS)'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소니, 삼성전자, 중국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카메라 렌즈에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CIS 시장은 그간 소니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시장 확장성이 제한적이고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나, 이 두 기업은 기술 혁신과 투자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잘 넘기며 양강 구도를 이어왔다. 하지만 주요 탑재처인 모바일 시장 정체와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은 이들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CIS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2007년 이 사업에 진출한 SK하이닉스는 그간 CIS 업체 실리콘화일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일본에 관련 연구개발 센터를 개소하는 등 사업 확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곽노정 사장이 부진한 CIS 성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CIS 사업을 접을 생각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이 4%로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벌어들이는 수익도 시원치 않아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CIS 기술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추가적인 리소스 투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동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등에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납품해온 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가 더 크다는 평가다. CIS 담당 임직원들도 갑작스레 당일 사업 철수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발을 뺀 CIS는 높은 기술력과 집중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라 시장 확장성이 떨어져 진입장벽이 높다. 이로 인해 소니와 삼성전자가 오랜 시간 동안 시장을 양분하는 구도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각각 50%와 2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소니보다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기술이 CIS로 전환되면서 성장을 가속화했다. 그동안 이미지센서 시장은 소니의 사업 방향에 발맞춰 성장해온 경향이 있는데, 소니가 기존 CCD 기술을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 기반의 CMOS로 전환하면서 삼성전자에게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CCD는 전자 형태의 신호를 직접 전송하는 아날로그 제조 공정을 사용하는 반면, CMOS는 각 픽셀에서 바로 전기 신호로 변환해 고속 촬영이 가능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이 기술은 단순히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라고 진입하기 쉬운 분야가 아니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CIS는 메모리 트랜지스터를 잘 만드는 것 외에도 여러가지 테크닉이 필요하고,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관련 투자도 많이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선두주자들과의 격차가 확대된 '투자 퀀텀점프' 지점 중 하나는 FSI→BSI로의 제조 공정 전환이었다. 이 과정에서 다른 후발주자들이 다수 탈락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또한 소니가 BSI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전환점을 열게 됐다. FSI는 웨이퍼 위에 포토다이오드를 형성하고, 그 위에 금속 배선을 설치하는 반면 BSI는 이 웨이퍼를 뒤집어 포토다이오드가 가장 전면에 배치되도록 하는 구조다.


BSI는 FSI보다 공정이 까다롭고 불량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영상 선명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잡으면서 후발주자들도 이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선명도를 높이려면 화소수를 늘리고 화소 크기를 줄여야 하는데, 이 작아진 면적이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결국 웨이퍼를 뒤집는 방식이 필요했던 것. 앞선 관계자는 "이 단계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했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후발주자들이 쫓아오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자사 이미지센서 브랜드인 '아이소셀'을 처음 선보였던 것도 이 시기였다. 2013년 개발된 아이소셀은 BSI의 한계점이었던 색상 혼합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다. 지난 2021년에는 이 브랜드로 2억 화소를 업계 최초로 구현하는 등 화소 면에서는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아이소셀의 비즈니스 영역을 기본 광각 카메라인 '와이드'에서 망원 카메라인 '텔레포토'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소니는 '엑스모어'라는 자체 브랜드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에는 기존의 2단 적층형 CIS에서 D램을 추가로 적층한 3단 적층형 CIS를 업계 최초로 발표했다. 또 물체를 향해 보낸 광원이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계산하는 3D 센싱 기술 비행시간측정(ToF) 이미지센서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소니는 현재 10년 넘게 애플에 엑스모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을 거듭하던 CIS 시장도 경기 불황의 그늘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최근 스마트폰에 채용되는 카메라 탑재량이 늘어나면서 CIS 사업의 수익성 자체는 증가했지만, 동시에 모바일 시장이 크게 정체되면서 신규 수요를 개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모바일 강자인 애플은 아이폰 전·후면 카메라에 소니 제품만을 탑재하고 있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애플 공급망에 진입하는 것이 큰 과제로 남았다. 삼성전자는 10년 전부터 공급망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번번이 좌절을 겪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저조도 면에서 소니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소니의 마케팅 전략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삼성전자 LSI 사업부 한 관계자는 "소니는 애플이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공급망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삼성전자 제품을 비판하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방해 전략'이 심한 회사"라며 "이 때문에 애플 측에서는 원가 절감을 위해 벤더를 다변화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소니의 '디마케팅' 전략이 심해 애플 공급망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이미지센서 주요 기업 3사(옴니비전·갤럭시코어·스마트센스)의 합산 점유율은 20%로, 삼성전자와 동일한 수준이다. 특히 옴니비전은 삼성전자가 '퍼스트 벤더'로 샤오미에 제품을 공급해온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옴니비전 등 중국 업체들은 그간 자동차나 기타 특수한 용도로 사용되는 이미지센서, 즉 니치마켓을 주요 타겟으로 삼아왔다"며 "하지만 중국 보조금을 등에 업고 자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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