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국내 원화거래소 코빗이 업계 최대 수준 2.5%의 예치금 이용료율을 결정한 가운데 업계에선 이 회사가 재무구조와 기업가치 개선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강수를 둔 것으로 관측 중이다. 이 회사가 2021년 투자를 받았을 때만 해도 약 3000억원으로 평가됐던 기업가치가 현재 2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사의 2대 주주인 SK스퀘어가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26일 시장 한 관계자는 "연초 제기됐던 코빗 지분 매각설이 최근 업계 안팎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대 주주인 SK스퀘어도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며 "코빗의 지분가치가 저평가 된 현 상태에서 바로 정리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오른 이후에 파는 쪽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피투자사인 코빗도 기업가치를 개선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데 이번 예치금 이용료율로 얼마만큼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가 SK스퀘어도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선 관계자의 설명대로 코빗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현재 기업가치가 SK스퀘어로부터 투자를 받았을 때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SK스퀘어는 2021년 말 873억원을 들여 코빗의 보통주 922만1142주(당시 지분율 32.68%)를 취득했다. SK스퀘어가 사들인 주당가치 9485원에 전체 주식수 2821만8842주를 적용하면 당시 코빗의 기업가치는 2677억원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SK스퀘어 투자 이후 코빗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 회사는 2021년 22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정점을 기록한 후 ▲2022년 43억원 ▲2023년 17억원 순으로 연평균 72.7%씩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도 2021년 198억원의 흑자를 실현한 이후 2022년 -502억원, 2023년 -142억원으로 줄곧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통상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의 비교대상기업으로 미국 증시에 입성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기업 인터내셔널 익스체인지가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이 두 곳의 PSR은 각각 14.2배, 9.2배다. 평균 PSR 11.7배에 코빗의 지난해 매출액을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198억원으로 추산된다. 비교대상기업군에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PSR 3.8배)를 포함할 경우 코빗의 기업가치는 153억원에 불과하다.
다만 업계에선 코빗이 업계 최대 수준의 예치금 이용료율을 확정하면서 실적 개선 및 기업가치 제고라는 과제를 해결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기간 성과이지만 최대 이용료율 책정 이후 코빗의 거래량이 3배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정보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코빗에서의 거래량은 20일 0시 기준 660만달러에서 이날 0시 기준 1870만달러로 181.6% 증가했다.
시장 관계자는 "코빗의 시장 점유율이 아직 한자리 수인데다가 시장금리 상황에 따라 이용료율이 달라질 수 있기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지만 최대 이용료율이 거래소 이용 수수료를 늘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코빗이 국내에서 취득하기 어려운 원화거래 자격을 갖춘 점도 향후 매각 시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빗 관계자는 "(기업가치 면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결국 코빗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아져야 하는 것"이라며 "이번 이용료율도 이용자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기적인 관점에서 당장 지급해야 하는 이용료가 많기 때문에 부담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원 수가 늘어난 만큼 거래 수수료 수익도 증가할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섣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