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연내 IPO 가능할까
투자자 "계획대로 상장 진행"…11번가 "시장 상황 악화로 상장 연기 요청"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8일 17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정은 11번가 각자대표 (사진제공=11번가)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11번가는 연내 IPO(기업공개)를 추진할까. 정확한 윤곽은 8월께나 나올 것이란 게 11번가는 물론, 이 회사에 투자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 등의 공통된 전언이다. 하지만 시장은 11번가의 IPO 추진 여부가 조만간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 악화를 이유로 11번가는 IPO 시점을 늦추자는 입장인 반면, 투자자들은 각각의 이유로 추진을 요구하고 있는 까닭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IPO 추진 여부를 놓고 이 회사와 투자자 사이에 이견이 갈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11번가는 국내 증시 악화로 온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만큼 IPO 연기를 요청 중인 상태다. 반면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는 IPO 연기 시 복잡한 내부 투자심의를 다시 받아야 한단 이유로, H&Q코리아는 올해 투자 펀드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을 당시 올해 9월 말까지 IPO를 끝마치겠다고 공언했다. 통상 한국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를 영업일 기준 45일간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자료 제출 등을 추가로 요구받게 될 경우 약 일주일씩 연기된다. 이를 고려하면 늦어도 7월에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을 해야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11번가 관계자는 "마음만 먹으면 상장예비심사는 언제든 신청할 수 있다"며 "SK스퀘어가 자사 주식을 80% 가지고 있는 데다 모든 재무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만큼 예비심사 과정 자체는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증시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올해는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시장 상황을 관망 중"이라고 덧붙였다.


11번가의 이 같은 입장에도 시장에선 이 회사가 7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 긴축 및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증시가 올 들어서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11번가는 물론, 이 회사의 모기업인 SK스퀘어까지 IPO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아울러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 역시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11번가가 투자자를 대상으로 IPO를 연기하기 위해 설득에 나선 부분도 이유로 꼽고 있다.


따라서 9월이 아닌 연내 상장하는 것으로 11번가와 투자자들이 합의를 보지 않겠냐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이러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투자사들이 각각의 이유로 11번가의 상장을 밀어붙일 가능성 높아서다. 우선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의 경우 IPO 연기 시 내부 투자심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 번잡함과 함께 11번가의 기업가치가 당초 2018년 투자했을 당시보다 높게 책정될 것으로 전망하기에 상장을 추진하자는 입장을 개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11번가의 기업가치를 주가매출비율(PSR)로 산정하면 작년 기준 2조6000억원에 불과해 2018년 인정받은 2조7000억원 대비 낮다. 하지만 11번가가 올 들어 슈팅배송, 우주패스 멤버십,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등 다양한 신사업을 통해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54.5%(1400억원→2163억원)나 늘렸다. 즉 이러한 매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PSR 방식으로 3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민연금 등이 연말 상장을 제안했단 것이 시장의 전언이다.


H&Q코리아도 계획대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11번가의 상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앞서 2018년 '3호 블라인드 펀드(케이에이치큐제3호)'를 통해 11번가에 투자를 했는데 해당 펀드의 만기가 올 연말이다. 다시 말해 H&Q코리아의 경우 11번가가 상장을 해야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진행할 수 있고, 펀드 청산도 할 수 있기에 다른 투자자와 입장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장과 관련돼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시기를 검토 중이며, 실무 부서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오가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IPO는 투자자와의 약속이기에 (IPO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모회사의 경우 플랜 B, C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Q코리아 관계자도 "11번가의 IPO와 관련 논의는 8월은 돼야 시작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자사의 펀드 만기가 11번가의 IPO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다"며 "현재로썬 투자자보다 SK스퀘어의 의지에 따라 11번가의 상장 여부가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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