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네버슬립]
뉴욕워치
위축되는 소비, 흔들리는 미국 경제
4월 소매판매 반등했지만 소비위축 우려는 여전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08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특히 경제가 둔화되며 언제든 침체될 수 있는 현재 국면에서는 더욱 중요하죠.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가 함께 무너질 수도 있거든요.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도 경제가 버텨낼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소비였고요.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소비가 흔들리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죠. 그리고 이날은 소비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이벤트가 다수 있었습니다.


우선 4월 소매판매부터 봅시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4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4% 증가했습니다. 앞서 5개월간 4차례나 직전 달에 비해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던 소매판매가 오랜만에 반등한 겁니다. 특히 휘발유와 자동차 등을 제외한 근원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6% 늘어나, 전체 소매판매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소매판매가 반등에 성공한 셈이니 좋은 소식이지만, 수치 자체가 매우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소매판매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는 데이터예요. 따라서 4월 소비자물가지수를 고려하면 소매판매가 확실하게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거죠. 게다가 당분간 고금리 환경이 이어질 것을 고려하면, 소매판매가 극적으로 개선될 가능성도 크지 않습니다. EY-파르테논의 리디아 보우소우르 이코노미스트는 "소매판매가 반등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높은 가격에 따른 것으로, 소비자들의 현상태를 고려하면 지속적인 반등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와 관련된 다른 소식도 살펴볼까요? 이날 건축자재 소매업체인 홈디포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홈디포를 비롯한 대형 소매업체의 실적은 통상적으로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지표로 여겨져요. 소비자들이 계속 지갑을 열고 있는지, 혹은 어떤 항목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늘렸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미국 대부분의 주택은 단독 목조주택으로 이뤄져 있어, 홈디포의 실적은 미국인들이 느끼는 주거 문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쉽게 말해, 홈디포의 실적이 꺾이면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집 수리마저 주저하며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가진 홈디포의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며 우려가 더욱 커졌습니다. 홈디포의 매출은 372억 6000만 달러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습니다. 순이익은 양호했지만 매출 부문의 타격이 컸죠. CNBC는 "약 20년 만의 최대 매출 미스"라고 전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주택 개조 작업이 늘어나는 봄은 홈디포에게 있어 대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실적은 더욱 실망스럽습니다.


홈디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고가 품목에 대한 소비를 줄였고 집 수리를 비롯한 대규모 작업을 뒤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소비여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홈디포는 "소비에 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의 현주소를 조금 더 정확하게 가늠하기 위해서는 곧 나올 월마트와 타겟의 실적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실적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소식이 하나 전해졌는데요. 타겟이 식료품 매출 비중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식료품은 필수소비재로 분류되기 때문에, 식료품 매출 비중이 높을수록 견조한 실적을 낼 수 있습니다. 실제 이러한 점 덕분에 월마트가 타겟에 비해 좋은 모습을 보여왔죠. 따라서 타겟이 식료품 매출 비중을 높이려고 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가 위축되고 있고 이를 방어하려 한다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즉 소비 측면에서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마이클 베이커 D.A. 데이비슨 애널리스트 역시 "소비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머니네버슬립 2,024건의 기사 전체보기
뉴욕워치 56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