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10일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현대백화점홀딩스-현대백화점) 시도가 무위에 그친 덴 주주총회에 참여한 소액주주들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발동한 결과다. 인적분할 등과 같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은 출석주식 가운데 3분의 2가 동의해야 하는데 주주들이 이를 막아내면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오너일가와 일반주주는 이번 현대백화점 임시주주총회에서 접전을 벌였다. 주주총회 참여주식(1579만주) 가운데 최종 찬성주식은 1024만주(64.9%), 반대주식은 554만주(35.1%)주로 각각 집계됐다. 주총 특별결의사항 안건의 가결 조건에 단 1.8%포인트가 모자라 부결된 셈이다. 이는 주총 개최 전 주주명부가 폐쇄된 작년 12월 5일 주가 기준으로 173억원에 해당하는 액수기도 하다.

시장에선 일반주주 보유주식의 27.8%가량이 무효표가 된 상황에서도 오너일가가 표결서 졌단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주총 출석주식 가운데 이들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만 53.5%(844만주)에 달한 만큼 13.2%가량의 우호지분만 확보해도 안건을 무난히 처리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결과가 뒤집힌 배경에는 큰손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반발이 꼽히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총관련 주주명부 폐쇄일 당시 8.6%가량의 지분을 들고 있었다. 이 비율은 주총 출석주식을 고려할 경우 11.9%까지 상승, 오너일가에 큰 타격을 주게 됐다. 이와 함께 작년 6월말 기준 1118만주에 달하는 주식을 쥔 소액주주는 인적분할 불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날까지 행사된 일반주주의 반대표가 23.2%(366만표, 추정)에 달한 것.

주총에 참여한 한 주주는 "회사 주가는 10년간 지속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이제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인적분할을 하겠다는 그룹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인적분할 결과가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만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들리다 보니 반대표를 행사한 주주가 많았던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실제 이 주주의 말대로 인적분할이 진행됐을 시 정지선 회장은 지주사가 될 예정인 현대백화점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었다. '자사주의 마법'이 발현돼서다.

현대백화점에는 현재 6.6%의 자사주가 있는데 이 주식은 분할 시 신설회사인 현대백화점홀딩스로만 향할 계획이었다. 이 경우 현대백화점홀딩스는 현대백화점 주식 6.6%를 사실상 공짜로 취득케 된다. 오너일가의 그룹 주력회사 현대백화점에 대한 지배력이 기존 36.1%에서 42.7%로 확대되는 셈이다. 아울러 추후 정 회장이 현대백화점 보유 주식을 현대백화점홀딩스에 현물출자할 시 오너일가의 지주회사 지분은 더 확대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일반주주들은 인적분할 후 누릴 혜택이 제한적인 편이었다. 그룹 측이 배당확대 및 자사주매입·소각 계획을 밝히긴 했지만 향후 주가 추이를 예상하긴 쉽잖았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이번 표결에 대해 승복하겠단 뜻을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주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그간 추진해왔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했던 분할 계획과 주주환원정책이 주주분들께 충분히 공감받지 못한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부결에 따라 추진해 온 인적분할 등의 계획은 진행하지 못하게 됐으며 추후에도 같은 방식의 체제 전환은 재추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