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남해화학이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급 실적을 낸 배경에 대해 회사와 농가가 엇갈린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농민들은 회사가 비료값을 크게 올려 재미를 봤다고 비판한 가운데 남해화학은 호실적을 거둔 건 맞지만 이는 수출 물량에 마진을 더한 것으로, 국내선 적자를 면치 못했단 주장을 펼치고 있는 까닭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남해화학이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은 626억원으로 2008년(2401억원) 이후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이 기간 남해화학의 매출과 순이익 역시 각각 49.4%늘어난 2조1696억원, 119.9% 급증한 476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수익성 증대 배경 자체에는 회사나 농가, 시장의 시각이 일치하는 편이다. 판매가 인상폭이 수입 원재료값 상승분을 상쇄하고도 남은 것으로 내다봐서다. 실제 작년 3분기 기준 요소 및 비료 제조에 쓰이는 암모니아·염화가리 등 원재료값은 전년 말보다 35.5~105.3% 상승했는데 남해화학의 요소·비료 판가는 최대 119.1% 증가했다.

이해관계자 간 시선이 엇갈리는 부분은 영업이익이 난 지역이 어디냐는 점이다. 먼저 농가에선 지난해 비료값이 크게는 100% 이상 인상된 것을 이유로 남해화학이 농민들에게 원재료값 부담을 전가했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농민은 "남해화학이 가장 큰 비료업체(작년 9월말 기준 시장점유율 43%)다 보니 이 회사 제품을 주로 쓰고 있다"며 "지난해의 경우 비료값이 종류별로 최소 40%에서 두 배 이상 높아진 터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남해화학은 국내 비료사업에선 남는 게 없다며 이러한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사가 생산한 내수용 비료는 농협을 거쳐 농가로 공급되는 구조"라며 "최대주주인 농협이 협동조합인데 농민들을 상대로 비료에 높은 마진을 붙이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원료값과 판매비 및 관리비 등이 포함된 원가를 고려할 때 국내 비료사업은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한 "당사의 영업흑자규모가 커진 건 베트남 등 해외판매가 원활히 이뤄진 영향"이라며 "해외의 경우 당사의 제품이 타사 대비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원재료인상분 이상의 마진을 붙여 팔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남해화학의 주장이 일견 타당하지만 ▲세부실적 미제시 ▲국내외 비료판가 추이 등을 고려했을 땐 다소 의아하단 시선도 견지 중이다. 우선 남해화학은 국내사업에서 적자가 난다고 밝혔을 뿐 국내외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앞선 회사 관계자 역시 "국내 비료사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사업보고서 등에 제시된 수치 외에는 제공이 힘든 점을 감안해 달라"고만 말했다.

수출비료에 더 많은 마진을 남겼다는 주장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단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인상분만 보면 국내 비료값이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남해화학이 작년 3분기 누적기간 국내서 판매한 비료는 총 45만7000톤이었으며 톤당 가격은 93만956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은 106.8%였다. 반면 같은 기간 수출비료는 톤당 81만30원으로 증가율이 103.2%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남해화학 관계자는 "국내선 비료를 소포장해 납품하고 수출물량은 벌크선에 싣기 때문에 톤당 단가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며 "증가율의 경우 국가별로 주력으로 하는 비료 제품이 다른 특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