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남해화학이 지난해 내수비료사업서 적자를 낸 가운데 시장에선 이 회사 일반주주들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대 고객이자 대주주인 농협경제지주(농협 유통부문)를 상대로 한 영업에서 적자가 소액주주에 전가되고 있는 까닭이다.

남해화학 감사법인인 딜로이트안진은 ▲비료·화학사업부 매출 정확성 ▲발생사실 관련 수익인식 적정성 등을 들여다 본 결과 지난해 내수비료부문에서 적자가 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부문의 적자 여부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남해화학이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낸 것을 두고 농가와 사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다. 남해화학의 작년 영업이익은 6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6% 급증했는데 농가는 이를 두고 회사가 비료값을 천정부지로 올린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내수비료사업에서 적자가 발생했지만 석화제품의 마진 확대 덕분에 수익이 개선된 것이란 입장을 견지 중이다.

시장은 남해화학이 이번 감사로 농가와의 오해는 풀었지만 36.8%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주주가치를 훼손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품 공급단가가 비교적 우호적으로 책정, 수익성이 고꾸라질 요인이 크지 않았음에도 적자가 났기 때문이다. 실제 남해화학의 경쟁사인 LG계열 팜한농만 봐도 지난해 3분기까지 비료사업에서 16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해외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도 맞지만 만성적자였던 국내비료부문이 소폭 흑자전환한 덕을 본 결과다.

비료업계 관계자는 "비료업체들은 농협으로부터 낙찰을 받아 제품을 공급하는 구조"라며 "농협 입장에선 농가를 상대로 폭리를 취할 순 없기 때문에 그간 비료를 저가로 납품하던 업체 다수가 적자경영을 면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는 예년 대비 국제 원료가격 상승분을 더 인정받았기 때문에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남해화학의 비료 수익성이 경쟁사 대비 낮았던 배경에는 회사와 구매자인 농협경제지주의 관계가 꼽히고 있다. 우선 농협경제지주는 남해화학의 1대 주주(56%)로 사업 및 이사회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여기에 남해화학은 작년 내수비료 매출 4998억원 가운데 84.2%(4026억원)를 농협을 통해 올릴 만큼 판매처도 한정적이다. 아울러 팜한농과 KG케미칼, 카프로, 조비 등 다수의 경쟁사가 존재하다보니 농협을 상대로 제값을 받아내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남해화학 측은 비료사업 실적에 대해 불가항력적 요인이 적잖았단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내 비료시장은 경작지 감소 등으로 현재도 포화상태"라며 "비료회사별로 주력제품 및 공급단가가 다른 만큼 업계와 당사 간 수익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수비료서 적자가 나고 있는 만큼 당사는 해외수출 및 석화제품에서 이를 상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성장동력사업 확대로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