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흥행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증권시장 침체와 중복상장 논란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상장 추진 자체를 접은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 상장절차 중단, 향후 절차 다시 밟는다

7일 라이온하트스튜디오에 따르면 지금까지 밟고 있던 상장절차를 중단하고 나중에 상장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2022년 9월 29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6개월 안에 상장해야 하는데 이를 포기하고 향후 상장 예비심사부터 절차를 다시 밟겠다는 것이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관계자는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3월 29일까지 상장절차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현재 투자심리와 글로벌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며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다시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2022년 9월 3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희망 공모가 밴드가 3만6000~5만3000원으로 기재됐다. 상장 예정 주식 수인 8490만1600주를 곱하면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희망 기업가치는 3조565억~4조4998억원이다.

국내 증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2022년 10월 13일 증권신고서 제출을 철회했다. 그 뒤로도 증권시장은 대체로 침체된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에야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얼어붙었던 IPO(기업공개) 시장은 쉽게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컬리와 케이뱅크 등 대형 기업들의 상장 신청 철회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역시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 아래 상장 무기한 연기를 선택한 셈이다.

◆ 중복상장 논란도 영향 미친 듯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카카오게임즈의 주요 자회사다. 현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카카오게임즈가 지분 24.57%를 쥐고 있으며 카카오게임즈의 완전자회사 카카오게임즈유럽이 30.37%를 들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전체 매출에서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연결기준 매출 1조125억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매출 2326억원을 거뒀다. 이는 카카오게임즈 전체 매출의 22.9% 수준이다. 

카카오게임즈도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인데 라이온하트스튜디오도 상장된다면 투자심리가 후자로 쏠릴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상장 추진 소식이 알려진 뒤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중복상장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본래 독립법인이었다가 카카오게임즈 측의 지분 인수를 통해 자회사가 된 만큼 중복상장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중복상장 주요 문제 사례로 꼽히는 상장기업인 모회사에서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가 상장하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상장하면 주가 하락을 피하기 힘들다는 점을 놓고 카카오게임즈 주주 사이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앞서 2022년 11월에는 카카오게임즈 소액주주연대가 결성되면서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상장을 영구적으로 철회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 상장 재추진 가능성 높은 이유는

다만 라이온하트스튜디오 관계자는 "상장하겠다는 의지 자체는 변함없다"며 "국내외 경제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시점을 판단한 뒤 상장 예비심사부터 관련 절차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입장에서도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상장하는 쪽의 이득이 크다. 카카오게임즈의 글로벌 진출 확대 일환으로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역시 '오딘'의 북미‧유럽 출시를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 C'와 '프로젝트 S' 등 글로벌을 겨냥한 신작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게임 개발과 글로벌 마케팅, 유망 기업의 인수합병 등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기업공개로 끌어 모을 수 있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역시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예상 공모자금의 79.1%를 다른 법인의 증권 취득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간접적으로는 카카오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라이온하트스튜디오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상장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12월 금산분리 원칙 위반을 이유로 카카오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KCH)에 제재 조치를 내리면서 카카오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KCH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개인 자회사다.

유력시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카카오의 지주사 전환인데 현행법상 지주사는 부채비율 200%를 넘기면 안 된다. 카카오 부채비율은 2022년 9월 연결기준 66.6%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계열사 대부분은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이것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주력 계열사가 IPO로 자금을 미리 확충하는 쪽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언제쯤 상장을 다시 추진할 시기는 미지수다. 2023년 안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반면 증시 상황에 따라 2024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관계자는 "상장 재추진 시기는 지금으로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