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지우 기자] CJ ENM이 구창근 대표 취임 후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미디어 콘텐츠 부문이 부진을 면치 못함에 따라 비효율적 사업구조를 개선해 수익을 회복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CJ그룹이 구조조정 전문가인 구 대표를 이 회사에 선임한 것을 볼 때 특정사업부 매각 등을 염두한 정지작업이란 관측도 시장 일각서 나오고 있다.   

CJ ENM은 최근 기존 9개 본부를 ▲영화·드라마 사업본부 ▲교양·예능 사업본부 ▲미디어플랫폼 사업본부 ▲글로벌사업 사업본부(신설) ▲음악콘텐츠 사업본부 등 5개 본부 체제로 개편했다. 아울러 콘텐츠유통 사업부는 기존에 흩어져 있던 일본, 미국 등의 글로벌 유통부와 CGO 조직을 하나의 사업부로 합쳤다. 이외 사업본부 직급 체계도 사업본부장, 사업부장, 팀장 등 3단계로 간소화 했다.

이에 대해 CJ ENM관계자는 "콘텐츠 산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사업본부를 개편했다"며 "의사결정을 단순화하고 신속한 시장 대응과 전략 실행력을 확보해 각 사업 본부의 효율을 극대화 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CJ ENM의 이번 조직개편이 실적 악화와 무관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3조328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307억원으로 51.1% 급감했다. 이는 제작비 증가와 미국 피프스시즌의 적자 행진으로 미디어 부문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다 고정비 부담 확대로 커머스, 엔터테인먼트 등 전 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결과다.

이런 가운데 차입금도 지난해 9월말 기준 3조25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6% 늘어났으며 현금동원력 지표인 유동비율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83.4%로 1년 전보다 31.13%포인트나 하락했다. 갚을 돈은 늘었는데, 이슈가 불거졌을 때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줄다 보니 재무통·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구창근 대표를 선임하게 됐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기존 사업본부를 축소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기존 사업의 성장성 및 잠재력을 담보할 수 없다 보니 사업 축소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조정 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한 것을 비춰볼 때 기존 사업부문을 매각하거나 분할하는 등 또다시 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CJ ENM은 시장의 이러한 관측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본부를 축소한 게 아닌 5개로 통합한 것"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은 글로벌 시장과 사업구조 변화를 반영해 매출과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라고 전했다. 이어 "사업부문 매각 혹은 분할 등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구창근 대표는 이재현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인물로, CJ푸드빌 대표 시절 투썸플레이스를 물적분할 후 매각했고 CJ올리브영에선 중국 사업 구조조정을 성공리에 추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