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거래소인 고팍스 인수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 인수가 이루어질지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오가고 있다.

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이준행 대표가 보유한 고팍스 지분 41.2%를 매입하는 인수 관련 실사를 완료하고 절차 막바지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고팍스 인수 추진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지분가치 산정 등 최종 협의가 지연되면서 발표가 늦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인수가 이루어진다면 바이낸스는 고팍스 안정적 경영을 위해 이 대표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팍스 몸값 1500억원 이하 협상 중

협의가 완료되면 인수가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고팍스의 몸값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낸스 측에서 낮은 가격에 인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에 따르면 고팍스의 몸값은 1000억~1500억원대에 협상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고팍스는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를 약 37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만약 1500억원에 협상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몸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셈이다.

고팍스의 가치가 이처럼 떨어진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와 최근 발생한 고파이 출금 중단 사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바이낸스가 고팍스 측에 다양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현재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상태로 KYC(고객확인)를 마친 회원은 원화거래를 할 수 있다. 바이낸스로의 가상자산 입출금 역시 가능하다. 하지만 고팍스에서 KYC를 마치지 못 한 바이낸스 회원은 고팍스를 이용하지 못한다. 사실상 국내에서 실명계좌를 발급 받지 못 한 바이낸스 회원은 고팍스를 사용하지 못한다. 바이낸스와 고팍스의 오더북 공유도 불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고팍스에게 KYC를 완료하지 않은 바이낸스 회원도 고팍스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바이낸스가 2019년 한국에 바이낸스KR 거래소를 설립한 적이 있고 빗썸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산시와 함께 디지털 거래소를 설립하려 하는 등 어떻게든 한국에 진출하려는 것은 사실"이라며 "고팍스는 원화거래가 가능하지만 거래량이 적고, 바이낸스 회원이 고팍스를 사용하지 못하는데다, 두 거래소 간 오더북 공유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수하더라도 양사가 사업적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수 이루어질지 미지수

인수를 위한 실사를 끝냈다는 소식 역시 사실인지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해당 문제에 대해서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렵다"라면서도 "실사가 완료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고팍스 측도 사실관계 확인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를 비밀스럽게 진행한다는 점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지금까지 가상자산 기업에 대해 평가를 하거나 인수를 검토할 경우 트위터를 통해 수시로 해당 소식을 공유해 왔다. 대표적으로 최근 FTX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창펑자오 대표는 FTX 인수 의향을 밝히며 "FTX는 바이낸스 측에 도움을 청했고, 양 사는 구속력 없는 LOI 계약에 서명했으며 바이낸스는 곧 실사에 나설 것"이라고 공개했다. LOI는 일종의 투자의향서로 계약이 최종적으로 이뤄지기 전에 두 당사자가 관련 사항을 문서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인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부산시와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을 당시에도 부산에 직접 방문해 입장을 밝혔다. 10월 트위터에 5억 달러를 투자했을 때도 트위터에 해당 소식과 함께 투자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팍스 인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