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영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합병승인을 받는 대로 아시아나항공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납입금은 1조5000억원이며 증자가 마무리될 시 대한항공이 손에 쥘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63.9%다.

시장에선 유증금액이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상 회사를 회생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올 9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게 갚아야 할 운영자금 대출은 2조9714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의 채무변제능력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이 한·일 무역갈등,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5년(2014~2018년)간 올린 평균 영업이익은 1453억원인 반면 순금용비용 지출액은 1601억원으로 집계됐다. 유증대금으로 빚을 일부 정리하더라도 순수 영업활동만 통해서는 대출 상환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시아나항공이 주요 자회사에 투입해야 할 비용이 커지고 있단 점도 부담이다. 지난 9월말 기준 에어서울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6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비용으로 1조8000억원을 책정한 당시인 2020년 말(-838억원) 대비 1778억원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여객기 중심의 영업을 펼쳐온 터라 팬데믹 기간 화물운송으로 수익을 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여객 수요 감소에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에어부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속된 적자로 인해 올 9월말 이 회사의 납입자본금은 1166억원, 자본총계는 502억원으로 부분자본잠식(자본잠식률 57%)에 빠진 것.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자본금 전액이 잠식되거나 2년 연속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설 경우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시장은 이 같은 이유로 인해 대한한공의 총 부담액이 애초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공언한 비용(유증 1조5000억원, 영구CB 3000억원)보다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내년부터 항공업의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적잖단 점에서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의 실적이 호전될 거란 반응도 보이고 있다.

저비용항공(LCC)업계 관계자는 "올해 엔데믹 전환에도 LCC들이 적자를 낸 건 주력 취항지인 일본과 중국발 비행기가 뜨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일본 여객수요가 정상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4분기에는 이들이 호전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어서울이 유증 등 자본확충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 역시 업황회복기에 스스로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비용과 관련해 2020년 M&A(인수합병)를 결정할 당시와 크게 달라진 건 없단 입장을 밝혔다. 회사관계자는 "1조5000억원의 유증대금 유입 시 아시아나항공 및 관련 자회사들도 당분간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시장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유동성 관리계획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