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올해 저성장에 그쳤던 국내 펀드시장이 내년 공모펀드의 반등, 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 성장, 연금펀드 확대 등에 힘입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2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국내 펀드시장 트렌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펀드시장은 변동성 확대로 2.1% 성장에 그쳤지만, 내년에는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올해 대비 13.6% 성장한 961조7000억원 규모에 다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공모펀드 시장 반등 ▲액티브 ETF 시장의 성장 ▲TDF를 중심으로 한 연금펀드 시장 확대 ▲증권사 판매 강세 지속 ▲IT(정보통신)·신기술 관련 펀드 투자 증가 등을 내년 펀드시장의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연구소는 내년 공모펀드 시장이 역성장 흐름에서 벗어나 올해 대비 8.2% 성장한 299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분석했다. 내년 하반기에 국채금리 반락으로 주가지수가 반등하면서 ETF로 자금이 몰리고, 이는 공모펀드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 내다봤다. 공모펀드 내 ETF 시장은 높은 환금성과 낮은 보수 등의 장점들로 인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액티브 ETF가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 예상했다. 올해 신규 상장된 액티브 ETF 설정액이 패시브 ETF의 두 배 수준을 기록하는 등 자금 유입이 활발하다는 이유에서다. 상품 다각화와 더불어 규제완화 조짐이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액티브 ETF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연구소는 내년 액티브 ETF이 올해 대비 45.1% 성장한 14조9000억원 규모를 달성할 것이라 전망했다.

연금펀드의 활약도 내년 펀드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배경이다. 디폴트옵션, 적립금운용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 제도적 변화와 함께 연금펀드 시장은 56조8000억원에 다다를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연금 관련 상품 중에서는 TDF(타깃데이트펀드)가 가파른 성장을 이어 갈 거라 전망했다. 올해 12월부터 출시될 정부 승인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의 73%에 TDF가 포함된 만큼 내년부터 많은 양의 자금이 유입될 걸로 내다봤다. 초기 단계인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펀드도 향후 연금펀드 시장의 성장에 보탬이 될 걸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내년 증권사의 펀드판매 점유율이 80%를 돌파하며 은행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 판매 점유가 압도적인 기관투자자의 영향력 확대, 증권사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온라인 전용펀드 시장의 성장으로 증권사의 펀드판매 강세가 심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 지난 2018년, 71.3%를 보였던 증권사의 펀드판매 비중은 올해 79.2%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의 펀드판매 비중은 20.0%에서 10.9%로 하락했다.

로봇, 우주항공 등 신기술 분야의 발전도 펀드시장의 전망을 밝게 보는 요인이다. 연구소는 정부와 기업의 IT·신기술 관련 대규모 투자 확대에 힘입어 이와 연관된 펀드의 투자 규모가 내년에 올해 대비 21.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우주항공청 설립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 만큼 로봇과 우주항공 관련 상품에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자산운용사는 앞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내에서의 포지셔닝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액티브 ETF, 연금펀드 내 TDF, IT·신기술 관련 펀드 등에서 특화 상품 출시를 통해 시장 성장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