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경석 기자] 강원도가 레고랜드 설립을 위해 채무보증을 선 205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가 지난 5일 부도처리되면서 ABCP를 인수한 증권사 포함 채권단이 첫 회의를 열고 공동 대응 반응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강원도는 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이었고, 구체적 기한은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강원도 레고랜드 ABCP의 발행주관사인 BNK투자증권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사옥에서 레고랜드 ABCP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채권단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레고랜드 ABCP를 인수했던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신한투자·대신)를 비롯한 10개 기관과 강원도청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강원도는 지급금 이행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BNK투자증권 관계자는 "원론적인 얘기가 오갔고, 강원도 측에선 채무 지급을 하겠다는 입장인데 기한을 정한 것은 없었다"며 "채권단 쪽에선 의견 수렴하고 추가 회의도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2020년 레고랜드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아이원제일차를 설립, 20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BNK투자증권이 발행 주관사를 맡았고 강원도는 지급보증을 섰다. BNK투자증권은 ABCP 물량을 일괄 인수해 다수 증권사를 비롯핸 10개 금융기관에 매각했고, 증권사들은 50억~200억 수준으로 ABCP를 자체 자금으로 인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도는 지난달 29일 ABCP 만기가 도래했지만 보증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법원 회생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회사 자산을 매각한 돈으로 대출금을 갚음으로써 보증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4일 한국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는 아이원제일차가 발행한 ABCP 신용등급을 'D'로 조정했다. ABCP 차환 발행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지급금 지급 의무를 맡았던 강원도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해당 ABCP는 최종 부도 처리됐다.

채권단 논의 후 해당 ABCP와 관련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50억~200억원 규모로 증권사들이 ABCP를 인수했다는 사실이 맞다"며 "채권단 회의에선 특별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강원도의 채무 이행 약속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