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환하는 원천기술(ALT-B4)을 보유한 알테오젠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기술이전 파트너사들의 명단이 공개되고, 이들의 임상에도 속도가 붙게 되면 ALT-B4에 대한 가치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미국 머크(MSD)가 개발한 차세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SC제형에 알테오젠의 ALT-B4가 사용됐다는 사실이 처음 공개됐다. MSD의 키트루다 SC제형 국제 특허 출원이 이뤄진지 약 6개월이 지난 4월 21일 국제출원상세보고서가 나오며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됐다.

공개된 특허는 'PD-1계열 항체(키트루다)들 중 히알루론산 분해효소 변이체 및 단편의 사용하기 위한 물질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고유의 제형'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 알테오젠의 물질특허가 패밀리특허로 등장한다. 패밀리특허란 자국에서 출원한 특허를 기초로 해외 여러 국가에 출원하는 경우, 원출원 특허(MSD)와 관련된 모든 특허를 패밀리특허(알테오젠)라고 한다.

MSD 특허번호(WO2022066832)의 국제출원상세보고서에 따르면 132개국이 특허 대상이며 이 특허의 패밀리특허 목록에 알테오젠의 히알루론산분해효소(Hyaluronidase)가 정확히 명시돼 있다. 관련문헌과 패밀리특허 정보에도 알테오젠 특허(WO2020022791)가 적혀있다.

뿐만 아니라 알테오젠이 9개 지역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일본, 미국, 유럽, 한국)에 등록한 특허까지 명시됐다. 이는 공식적으로 MSD 머크의 키트루다SC 개발에 알테오젠 기술이 사용됐다는 것을 공개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알테오젠의 기술이전 계약 발표 후 MSD와 계약체결 가능성이 언급되긴 했지만 해당 사실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MSD가 특허공개로 기술 사용을 공식화 한 만큼 임상3상 단계에서 알테오젠을 파트너사로 공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SD는 지난해 8월 키트루다SC 제형변경 임상 1상이 남아공과 국내 임상 정보사이트에 등록돼 진행 중이며, 연내 임상3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알테오젠이 고객사 요청에 따른 글로벌 임상3상 시료를 조기 공급한다고 밝힌 것도 MSD 키트루다SC와 연관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가, 그것도 글로벌 신약에 알테오젠 원천기술을 사용한 사실이 공개됐다"며 "이 사실이 공개됐다는 것은 알테오젠의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알테오젠이 임상을 위한 시료를 조기 공급한다고 밝혔는데 개발 진행 상황을 볼 때 MSD의 키트루다SC 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알테오젠 관계자 역시 "이번 조기 공급은 글로벌 10대 제약사 중 하나인 고객사가 임상 1상을 곧 완료함에 따라 이에 맞춰 글로벌 임상 3상용 ALT-B4의 공급을 기존 계획보다 앞당겨 실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알테오젠은 2018년 7월 DNA 변형 및 단백질 재조합을 통해 할로자임(Halozyme)의 특허를 회피하는 인간 히알루로니데이즈 기술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다. 이는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환하는 원천기술이다.

기존 항체치료제나 단백질 의약품의 경우 인체에 많은 용량을 투여해야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많은 용량을 투여하려면 정맥주사 방식이어야 했다. 이는 환자가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야 하고, 투여 시간도 약 4~5시간 소요됐다. 하지만 SC기술을 활용하면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