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새미 기자] 의료 인공지능(AI)업체 루닛이 오는 4월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코스닥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력과 실적 성장세를 바탕으로 상반기 내 상장을 차질 없이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22일 의료AI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상장 목표 시점이 올해 3월에서 4월로 다소 미뤄졌다. 신라젠, 오스템임플란트 등의 영향으로 한국거래소가 상장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는 탓이다.

앞서 루닛은 지난해 6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헬스케어 기업 최초로 모두 최대 등급인 AA 등급을 받고 같은 해 11월26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아직 상장예심청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상장 예상 시기도 올해 1분기에서 2분기로 늦춰졌다.

이는 루닛 내부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외부적인 요인 탓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는 기술성평가를 거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작년만 해도 ▲엑셀세라퓨틱스 ▲노보믹스 ▲와이바이오로직스 ▲엔지노믹스 ▲디앤디파마텍 ▲오상헬스케어 ▲셀비온 ▲이니스트에스티 등 8개사가 상장예심에서 탈락하거나 자진철회 했다. 지난 21일에도 퓨쳐메디신이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4개월 만에 코스닥 상장 심사를 포기했다.

의료AI업계 관계자는 "먼저 상장한 신약개발AI 및 의료AI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이전에 상장한 바이오기업들이 사고를 많이 치다 보니 상장을 준비 중인 후발주자들이 더 까다로운 심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루닛은 상장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술력은 물론이고 실적 성장세도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올해 상반기 내 상장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예상이다.

루닛은 지난해 연매출이 100억원대를 달성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년(2020년) 매출이 14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가파른 성장세다.

지난해 실적 성장에는 2019년 일본 엑스레이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후지필름과 체결한 파트너십 계약에 따른 매출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후지필름은 지난해 8월 루닛의 인사이트 CXR을 기반으로 한 분석 솔루션 'CXR-AID'의 인허가를 받으면서 매출을 본격화했다.

루닛 관계자는 "해외 파트너사와 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매출이 가시화되기까지 약 2년 정도 걸린다"며 "후지필름과 계약한 지 2년 만에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했듯이 2020년 필립스, GE헬스케어와의 파트너십 계약에 따른 매출이 올해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루닛은 올해부터 미국 시장 진출도 본격화 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흉부 엑스레이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 트리아지'와 유방촬영술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에 루닛에 투자한 가던트헬스, 헬스퀘스트 등 현지 업체들이 미국 시장 안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시장은 관측 중이다.

가던트헬스는 지난해 7월 루닛에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미국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다. 같은해 11월 완료한 72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헬스케어 전문 벤처캐피탈(VC)인 헬스퀘스트가 참여했다. 그 외에도 캐스딘, ACS 브라이트엣지, 타이번, NSG벤처스 등 해외 업체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전략적투자자(SI)로 100억원을 투자해 화제를 모았다.

루닛 관계자는 "FDA 승인을 획득한 제품들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며 "현지 유통망을 갖춘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현지 투자사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시장 진출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