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아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대표 기대주로 꼽히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요예측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몸값과 건설주에 투자심리 약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5~26일 양일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경쟁률이 100대 1 미만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공모가는 밴드(5만7900~7만5700원) 최하단인 5만7900원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수요예측이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일각에서는 상장 철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공모를 진행했던 LG에너지솔루션과 상반된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1~12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2023대 1을 나타냈다. 작년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1882.88대 1)의 기록을 넘어서며 유가증권 IPO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총 1988건의 주문이 몰렸고 전체 주문액 규모는 1경5203조원이다. 수요예측에서 경 단위 주문액이 모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지목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공모가 결정을 위해 EV/EBITDA 방식을 활용했다. EV/EBITDA는 기업가치와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이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이용해 어느 정도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비교기업으로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3개사와 WORLEY LTD, FLUOR, CTCI CORP 등 외국 상장사 9개사를 포함해 총 12개사를 선정했다. 이들의 EV/EBITDA는 11.64배다. 특히 국내사에 비해 해외사의 EV/EBITDA가 높았다. 국내사는 각각 5.96배, 6배, 3.34배로 10배를 넘지 않았지만 해외사는 최대 22.74배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이 10배를 넘겼다. 이를 바탕으로 시가총액을 계산하면 밴드 하단으로 해도 4조6293억원이 나온다. 건설 대장주이자 모회사인 현대건설(26일 종가 4조4821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책정 몸값을 보고 과하게 비싸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었다"며 "구주매출 대부분이 오너 일가이기 때문에 몸값을 비싸게 설정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근 악화된 건설주 투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로 건설주가 동반 하락한 영향이라는 것이다. 실제 코스피 건설업 지수는 지난 11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내림세를 보였다. 사고 당일 120.80이던 지수는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109.02로 추락했다. 19일과 20일 반짝 오름세를 보이다 다시 하락하면서 26일 종가 기준 103.02로 집계됐다.

그간 IPO 시장에서 건설업의 성공사례가 거의 없었던 것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실제 호반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IPO를 추진했다가 시장 악화와 적정 몸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등을 이유로 철회한 바 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붕괴 사고로 업황 투심이 약화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기관의 관심 자체가 줄어들었다"며 "또 LG에너지솔루션으로 시장 유동자금이 줄어들면서 중소형 운용사가 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