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금융위원회에 마이데이터 사업자 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자본규모 상위의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사가 이미 사업 인가를 획득해 일부 내년 초 정식 마이데이터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과는 상반된다. 아직까지 삼성증권은 심사 신청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 않고 계획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별도의 준비 부서나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이 자산관리(WM) 부문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디지털부문의 '바로상담' 등 프리미엄 서비스와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패밀리오피스 등으로 자산관리 시장을 선도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기반을 고려할 때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도 고객 확보에 유리한 점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증권이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에 미진한 것은 대주주 적격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삼성증권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미지급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받아 증선위의 확정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중징계가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향후 1년간 신사업에 나설 수 없다.

같은 이유로 삼성카드는 이미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금융위는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에 대해 형사소송이나 금융기관 징계 등이 진행되면 허가를 내지 않는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인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당초 삼성 금융계열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삼성카드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에는 답보 상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현재 정해진 것이 없지만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각사가 별도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타 증권사들은 내년 1월 1일 마이데이터 서비스 공식 론칭 이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는 이미 사전 오픈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업권별 경계가 허물어지고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증권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마이데이터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증권업의 경우 타 금융업 대비 투자와 직결된 만큼 단발적인 주도권 선점보다는 포트폴리오 분석·평가에 기반한 서비스의 차별성과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분석에서다. 초기 마이데이터 사업은 단기간 고객 쟁탈전보다는 브랜드의 락인효과를 노리고 있다. 마이데이터 본인가를 획득한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시범서비스 오픈 없이 이르면 내년 1월 중 정식 서비스를 내놓을 방침이다.

일단, 삼성증권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면 1년 이상의 시간이 더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삼성증권이 이미 자산관리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추후 선두권의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관리에서의 서비스 역량이 있어 마이데이터사업에 뛰어들지 못하는 데 따른 타격이 지금 당장은 크지는 않을 수도 있다"며 "시장 현황을 지켜보면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특화시킨다면 추후에도 우위를 차지할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