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내년 초 교보생명과 KB손해보험이 '보험사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대를 연다. 주된 사업군은 헬스케어와 자산관리로 보험 서비스 확장을 통한 소비자 접근성 확대가 목표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 1분기 마이데이터 정식 서비스 진출을 앞두고 있는 보험사는 교보생명, KB손보 등 2곳뿐이다. 현재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이 예비허가를 획득했으며 메리츠화재, 매트라이프생명, NH농협생명 등은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업체는 금융사 등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추천할 수 있다. 현재 준비를 마친 참여 기관들은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정식 서비스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보험사 최초로 마이데이터에 진출하는 교보생명은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기존 생명보험 사업과 신성장동력을 함께 강화하는 '양손잡이 경영'의 일환이다. 재테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만큼 보험 보장분석, 의료비 예측 서비스를 포함해 부동산·자동차 시세관리, 신용점수 올리기 등 폭넓은 부분까지 관리 영역을 넓힌다.

교보문고, 교보교육재단 등 문화·예술 자회사를 보유한 그룹 특성에 맞춰 개인별 금융교육 콘텐츠도 제공한다. 개인별 수준에 맞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마이데이터 관련 파트너십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마이데이터는 '세상을 이롭게 사람을 참되게'라는 목표 하에 고객들이 건강하고 올바른 금융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각종 교육육성에 앞장선 그룹 정체성과 생애 주기를 포괄한 자산관리라는 보험업 특성을 반영해 핵심 서비스를 꾸려나가겠다"고 밝혔다.

KB손해보험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헬스케어를 주축으로 한다. 보험의 역할을 기존 사후보장에서 사전예방 시스템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건강관리 자회사 KB헬스케어는 지난 2일 국내외 정보기술(IT) 및 바이오 기업 비트컴퓨터·테라젠바이오와 함께 헬스케어 연합군을 결성하기도 했다.

같은 KB금융지주 계열사와 협업해 개인자산관리서비스(PFM) 고도화도 추진한다. 은행, 카드 등 계열사 중복 고객에게 쉽고 편리한 플랫폼을 제공해 이용자를 잡아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서비스 오픈 시기는 내년 1분기를 목표로 한다.

KB손보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시행은 딱딱한 보험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소비자 금융 비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향후 데이터 고도화를 통해 현재는 계열사 임직원 등 기업 대상(B2B) 서비스에 국한돼있는 KB헬스케어 문턱을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보험권의 마이데이터 진출은 더딘 편이다. 특히 중소형사는 아직 눈치보기 중이다. 이는 보험업이라는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보험사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꼽히는 보장분석 서비스는 이미 비대면 핵심 영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결제 기능이 없어 성급하게 시장 선점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진단이다. 실질적인 신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보험업에 맞게 금융 데이터가 아닌 의료 데이터 개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마이데이터 금융권 대세로 떠오르긴 했지만 보험사들은 사업 개괄을 거론하는 정도"라며 "마이데이터가 가져다 줄 접근성 강화보다 신상품 개발에 필수적인 의료데이터 개방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