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최근 이차전지 소재사업 핵심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에 대한 1조원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비(非)철강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최 회장이 취임 당시 지향점으로 내세웠던 철강 외 사업다각화의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연임에 대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최정우 회장은 본업인 철강이 장기 불황에 빠지자 취임 초기부터 비(非)철강사업으로의 확장을 적극 꾀했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통해 철강부문에서 커지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한 '포스코 100대 개혁 과제'에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포함시키며 관련 투자와 기술개발에 총력을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러한 최정우 회장의 복심을 실현할 돌격부대 격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4월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켐텍과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ESM을 통합해 포스코케미칼을 신설했다.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이차전지 소재인 음극재·양극재 생산이 일원화되면서 원가절감, 공동 연구개발, 운영 효율성 등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설비투자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음극재의 경우 지난해 세종시에 1공장을 종합준공하고 연산 2만4000톤의 국내 최대 규모 생산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더불어 총 1598억원이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2공장 1~8호기 신설을 진행하고 있다. 2공장 건설이 완료되는 내년에는 연간 총 7만4000톤의 음극제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향후에는 실리콘 등 차세대 음극재 생산에도 나설 예정이다.
양극재 역시 구미공장 4000톤 증설과 광양공장 추가 증설 등의 후속투자가 이뤄지면 2022년에는 국내에서만 6만2000톤의 양극재 생산체제가 구축될 전망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설비투자를 지속해 오는 2030년 40만톤 수준까지 양극재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지속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이달 초 이사회를 열고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기도 했다. 증자방식은 주주 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으로 지분 61.26%로 최대주주인 포스코가 약 54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확보한 자금은 광양 양극재 생산설비 증설에 6900억원, 흑연과 리튬 등 원료 확보에 1600억원, 유럽 양극재 공장 건설에 1500억원이 각각 사용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의 20%, 연매출 23조원 규모로 키워 그룹 성장을 견인한다는 방침이다. 현실화되면 철강과 함께 그룹의 양대 핵심 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포스코 이차전지 소재사업의 경우 아직 기반이 미미해 당분간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만 하고, 동종기업들과의 경쟁을 위해 기술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철강이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미래 유망사업으로 떠오르는 배터리 소재로 눈을 돌린 최정우 회장의 선택은 합리적으로 판단된다"라면서도 "하지만 신규시장 진출에 따른 위험과 투자부담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더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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