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재석 기자]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5조원 규모의 국고채 매입 계획을 밝히며 금리 완화에 나섰다. 최근 정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을 예고하자 국고채 중심으로 채권시장의 금리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채권업계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번 국고채 매입이 시장 안정화에 어느 정도 일조하겠지만 실질적인 금리완화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향후 국고채 발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권수급 불균형과 시장금리 급변동을 선제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총 5조원 규모의 국고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장상황을 고려하되 가급적 월말 경에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의 이번 국고채 매입은 7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4차 추경의 71%를 흡수할 수 있는 물량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1조5000억원씩 4회에 걸쳐 총 6조원의 국고채를 매입했다. 남은 4개월 동안 5조원의 국고채를 매입할 경우 한은의 올해 월평균 국채 매입 규모가 1조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고채 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달 말부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4차 추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지출을 동반하는 내년도 예산안까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채권시장에선 수급 불균형에 따른 우려가 발생하며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다. 9월 첫째 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8월 19일 이후 13.3bp 상승한 0.94%, 10년물 금리는 18.8bp 상승한 1.54%를 기록했다.

크레딧 전문가들은 한은의 국고채 단순 매입이 일시적으로는 채권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발표된 이전 추경안들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현재 4차 추경이 9조원 내외 규모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최종 규모가 10조원을 넘기지만 않는다면 시장에선 불확실성 해소 이벤트로 받아들여 금리가 안정적인 흐름을 되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한은이 실제로 국고채 매입에 나설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한은은 국고채 발행량이 늘어나며 시장금리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국고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단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하지만 8월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했음에도 실제 매입에 나서지 않으면서 수급 부담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세가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실제로 국고채 단순 매입을 실시해줄 것인지, 만약 실시 한다면 매입대상 채권이 지표물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이외에도 첫 번째로 국고채 단순매입 실시될 때 한은이 고려하고 있는 채권시장 금리 변동성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주의 깊게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의 단순 매입이 채권시장 금리 변동성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발표된 한은의 단순매입 계획 규모는 4차 추경 금액인 7조5000억원 보다 적기 때문에 인위적인 시장 금리하락을 목표로 한다기보다 시장 안정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