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 유상증자 방안을 결정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받은데 따른 후속조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유동성 공급 조건으로 대한항공의 자구책 마련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13일 서울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국책은행을 통한 정부 자금 지원안 실행을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이 참석했다.
유상증자는 주주 우선 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될 주식 수는 7936만5079주이다. 예상 주당 발행가격은 1만2600원이다. 이날 종가 1만8200원 기준 31% 할인한 수준이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대한항공의 전체 발행 주식은 기존 9595만5428주에서 1억7532만507주로 증가하게 된다. 최종 발행가액은 7월6일 확정되며, 신주 상장은 같은 달 29일 일정이다.
이날 대한항공 이사회는 국책은행으로부터 지원받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차입 실행 방안도 논의했다. 항공화물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7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과 주식전환권이 있는 30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 등이 결의됐다. 2000억원의 자산담보부 차입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포함한 다양한 자본확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올해 상환해야 할 차입금 규모는 총 3조7500 억원 수준이다. 이 중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9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이 보유중인 현금은 8163억원에 불과하다. 대한항공은 악화된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노력에 나서고 있다. 전 임원이 최대 50% 급여를 반납한데 이어 직원의 70% 가량이 6개월 간 휴직을 진행중이다. 추가적인 자본 확충을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자산 매각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항공기 운항이 90% 이상 중단되는 등 창립 이래 최악의 비상상황에 놓여있다. 매출 급감에도 수천억원의 고정비가 매달 지출되고 있다. 특히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상환과 리스료 등 비용부담은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 재편까지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크레딧스위스(CS)증권에 사업부 재편 관련 컨설팅을 의뢰한 상황이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로 향한다. 한진칼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분을 보통주 기준 29.96%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약 3000억원을 조달해야 한다. 한진칼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현금성자산은 약 1400억원에 그친다. 대한항공 증자 참여를 위해서는 한진칼 역시 유상증자 또는 대출 등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이 또다시 변수가 될 전망이다. 3자 주주연합 관계자는 “위기극복을 위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한진칼 이사회 결과에 따라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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