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나 저축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했다. 100원이 모여 2만원이 되는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면 돈을 모으는 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딜사이트 양도웅 기자] 이병수 카카오뱅크 상품파트기획 매니저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18층에서 밝힌 ‘저금통’ 서비스 기획 배경이다.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 요지부동인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저축과 금융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저금통은 카카오뱅크 내 입출금 계좌에 있는 1~999원의 잔돈이 저금통으로 자동 이체되는 상품이다. 금리가 연 2.00%인 일종의 수신 상품으로 최대 10만원까지 모을 수 있다.
이름에서 손쉽게 떠올릴 수 있듯이 카카오뱅크 저금통 서비스는 과거 모든 집이 하나씩 갖고 있던 빨간색 돼지 저금통이 모티브다. 한도가 10만원인 것도 돼지저금통 때문이다. 김기성 매니저는 “실제 사람들이 돼지 저금통에 모으는 금액이 대략 10만원 내외인 점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돼지 저금통의 배를 가르지 않는 한 이 안에 돈이 얼마가 모였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처럼, 카카오뱅크 저금통도 한 달에 한 번(매달 5일)만 저금통에 돈이 얼마나 모였는지 알 수 있다. 기다림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저금통에 쌓인 금액에 맞는 이미지(떡볶이·놀이공원 자유이용권 등)로 저금통에 모인 돈이 얼마인지 유추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추가했다.
김기성 매니저는 “먼저 써본 고객들의 반응이 대부분 ‘재밌다’였다”며 “저축을 돕는 여러 유쾌한 기능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돈을 모으기보다 쓰는 게 일상화된 시대. 카카오뱅크의 저금통을 보면서 과거 신한은행의 ‘동전수레’가 떠올랐다.
1982년 7월 6번째 시중은행으로 출범한 후발주자 신한은행은 기존 은행이 갖고 있던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초대 행장이었던 김세창 행장은 당시 직접 가두캠페인을 벌이며 예금 유치에 팔을 걷어 부치기까지 했다.
신한은행의 동전수레는 동대문·청량리 등 근처 시장 상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였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진 영업으로 은행 방문이 어려운 시장 상인들을 위해 신한은행 직원들은 직접 손수레를 끌고 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잔돈을 교환해주고 필요시엔 예금도 즉석에서 해줬다. ‘창구영업 시대를 끝내게 만든 은행’ ‘은행의 문턱을 낮춘 은행’, 당시 언론들이 신한은행을 향해 쏘아올린 찬사였다.
카카오뱅크도 저금통을 출시하면서 고객 가치를 강조했다. 저축을 어려워하고, 은행을 찾지 않는 젊은 고객에게 유쾌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전환(DT)을 말하고 금융혁신을 외치는 은행들에게 던지는 카카오뱅크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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