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디지털 보험사들이 잇따라 합병을 선택하며 독자 생존의 한계를 드러내는 가운데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여행·휴대폰보험으로 확보한 고객 기반을 장기 보장성보험으로 확장하면서 매출 성장과 적자 축소를 동시에 이뤄내고 있다. 경쟁사들이 합병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사이 카카오페이손보는 플랫폼 경쟁력과 상품 다변화를 앞세워 독자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5일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손보의 올해 3분기 매출은 3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전분기 대비 26% 증가했다. 분기 매출이 3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원수보험료와 정기납입 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 122% 늘었다.
외형 성장과 함께 손실 규모도 줄었다. 카카오페이손보의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248억원보다 73억원 축소됐다. 같은 기간 보험손실도 218억원에서 152억원으로 감소했다. 카카오페이손보에 따르면 3분기 누적 순손실도 전년 동기보다 줄어들며 적자 축소 흐름이 이어졌다.
카카오페이손보의 실적 개선은 디지털 보험사들이 독자 생존보다 합병을 통한 사업 재편에 나서는 가운데 나타난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독립 디지털 보험사의 수익성 확보가 업계 공통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카카오페이손보는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 고객 확보와 장기보험 확대를 통해 독자 성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흡수합병을 결의했으며, 신한EZ손보도 롯데손보와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의 출발점은 생활밀착형 보험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여행이나 휴대폰 구매 등 일상에서 보험이 필요한 순간을 공략해 고객을 확보하고, 이를 장기 보장성보험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출범 4년 만에 누적 가입자 1000만명을 확보했으며, 올해 3분기에도 해외여행보험이 여행 성수기 수요를 흡수했다. 휴대폰보험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판매 확대에 힘입어 신규 계약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생활밀착형 보험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면 장기보험은 지속적인 보험료 수입 기반을 넓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영유아·초중학생보험에 이어 성인 건강보험까지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여행이나 물품 파손 등 특정 상황에 대비하는 상품에서 생애주기별 건강 보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흐름이다. 실제 올해 8월 기준 장기보험 수입보험료는 63억579만원으로 전년 동월(25억2129만원)보다 150.1% 증가했다. 3분기 건강보험 신규 계약자도 전분기 대비 160% 늘었다.
보험료 증가 추이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다. 올해 3분기 원수보험료는 전년 동기 164억원에서 295억원으로 79% 증가한 반면, 정기납입 보험료는 43억원에서 95억원으로 122% 늘었다. 정기납입 보험료가 원수보험료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두 지표의 단순 비율도 26.2%에서 32.2%로 높아졌다. 일회성 가입에 의존하던 판매 구조에서 정기적인 보험료 유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 기반이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장기보험 확대에는 카카오 플랫폼과 마이데이터를 결합한 판매 전략도 힘을 보태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소비자에게 익숙한 카카오 서비스를 통해 보험 가입 문턱을 낮추고, 마이데이터로 기존 보험의 보장 내용을 분석해 부족한 보장을 추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생활밀착형 상품으로 확보한 고객과의 접점을 건강보험 등 다른 상품 가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박정호 카카오페이 서비스총괄리더는 지난 3일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건강보험은 마이데이터 보장 분석 기반의 개인 맞춤형 효과가 본격화됐다”며 “장기 정기납 중심의 실적 체질 개선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기존 고객 기반을 활용해 장기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반복적인 보험료 유입을 늘리는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아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지만 카카오페이손보는 익숙한 플랫폼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제휴사 서비스 이용 과정에 보험을 결합하는 방식으로도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 확대가 보험손익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올해 상반기 보험수익은 241억원에서 440억원으로 82.6% 증가한 반면 보험서비스비용은 426억원에서 548억원으로 28.6% 늘었다. 보험수익 증가 속도가 보험서비스비용 증가 속도를 웃돌면서 보험손실 규모도 줄어든 것이다. 고객 확보를 위한 초기 투자가 판매 확대라는 성과로 나타나는 동시에 보험영업의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고객 기반 확보를 위한 투자가 판매 확대와 손익 개선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손보는 고객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초기 투자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판매 확대와 매출 증가가 보험손익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이러한 성장세를 안정적인 흑자 구조로 연결하는 것이다. 장기보험은 정기적인 보험료 수입을 확보할 수 있지만 계약 유지율과 손해율 관리가 뒷받침돼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할인·환급과 마케팅, 플랫폼 운영 비용을 관리하면서 늘어난 매출을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합병 대신 독자 성장 노선을 유지하는 만큼 외형 확대를 넘어 수익성을 입증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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