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둘러싸고 최대주주 카카오와 2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TPG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TPG는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한 지 9년 가까이 지나도록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자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한 지분 유동화를 추진했지만 카카오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졌다. 김범수 창업자와 카카오가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 방안에 번번이 제동을 걸면서도 정작 투자금 회수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PG는 지난달 30일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에 카카오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ADR 상장 추진에 반대하면서 주주 간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TPG는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약 5900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29%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가 중재 신청 통지를 받으면 정해진 기한 내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중재판정부 구성과 심리 등을 거쳐 최종 판정이 내려진다. 국제중재 판정은 당사자를 구속하는 효력이 있어 패소한 측이 판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내 법원에서 승인 및 집행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번 중재 결과에 따라 양측의 분쟁은 추가적인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쪼개기 상장과 달라…기존 주주 지분 매각이 핵심
이번 ADR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기존 FI의 지분 매각을 위한 거래를 일반적인 자회사 중복상장과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비상장 자회사가 미국 증시에 별도로 상장한다는 점에서 중복상장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모회사가 핵심 사업 등을 분리해 자회사를 상장하는 거래와 달리 이번 ADR은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한 FI가 보유 지분을 해외 증시에서 유동화하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신주 발행이나 사업부 분할 없이 기존 주주의 지분을 유동화한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쪼개기 상장'과는 거래 구조가 다르다.
TPG가 추진한 ADR 상장 방식은 보유 중인 카카오모빌리티 구주를 기초로 예탁증서를 발행해 미국 증시에서 거래하는 방식이다. 신규 주식을 발행해 회사에 자금을 조달하는 일반적인 기업공개(IPO)와 달리 기존 주주의 보유 지분을 해외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매각대금 역시 회사가 아닌 구주를 내놓는 기존 주주에게 돌아간다.
통상적으로 자회사 IPO는 신주 발행을 통해 회사에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모회사가 신주 인수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존 지분율이 낮아진다. 반면 TPG가 추진하는 방식은 기존 구주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 발행주식 총수에 변화가 없다. 카카오가 보유한 주식 수와 지분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모회사의 사업을 추가로 떼어내거나 지배력이 약화되는 일반적인 신주 발행 방식의 자회사 상장과는 다르다.
이번 ADR은 카카오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TPG가 보유한 구주만 유동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카카오 이사회는 일반주주 보호 등을 앞세워 반대 결정을 내렸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별도 상장으로 모회사와 자회사 간 투자 수요가 분산되고, 카카오의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카카오는 거래 구조나 경제적 편익이 달라질 경우 재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대안 없이 반대하는 카카오…결국 국제중재로
카카오 측은 FI의 투자금 회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구체적인 회수 방안을 제시할 때마다 번번이 반대에 부딪혔다. 2022년 MBK파트너스가 카카오가 보유 지분 일부를 함께 인수해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임직원과 노조의 반발이 커지자 카카오가 주주 구성 변경 검토를 중단했다. 이후 지난해 VIG파트너스를 중심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FI 지분 약 40%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특히 당시 거래 과정에서는 카카오의 갑작스러운 변심과 비협조적인 태도가 발목을 잡았다. 인수자는 경영권이 없는 소수주주로 참여하는 만큼 향후 IPO나 지분 매각 과정에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기존 주주 간 계약(SHA)에 담긴 일부 조건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협상 중반 이후부터 카카오 측이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 조건 변경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TPG는 이번 ADR 상장 역시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FI들의 투자금 회수 문제를 두고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않은 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주주로서 수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거래 당사자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협의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미온적인 대처는 국제중재라는 법적 분쟁을 초래했다. 장기간 이어진 투자자 엑시트 논의가 법적 판단을 받게 된 만큼 중재 결과는 양측의 향후 대응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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