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주주들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없지만 지배주주에 빌려준 돈은 637억원에 달한다. 상장사 ‘SG세계물산’이 지분 30.5%를 보유한 골프장 자산회사 ‘단톡’이 오너일가 회사와 계열사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장·단기대여금은 총자산의 24%에 육박하는 784억원에 달하고, 관계사 지급보증까지 제공하고 있다. 회원 입회금이 205억원 늘어난 지난해에도 관계사 대여와 주식투자가 이어지면서 현금성자산은 25억원까지 줄었다. 골프장 자산을 보유한 회사가 주주 배당보다 계열사 자금 공급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단톡의 지난해 말 개별 기준 자산총액은 3300억원이다. 전년 말 3078억원보다 약 222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장·단기대여금은 784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23.8%를 차지한다.
단톡의 주주구조를 보면 이 같은 자금 흐름이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 말 참가우선주를 포함한 전체 주식 기준으로 SGK가 지분 56.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SG세계물산이 30.5%를 보유한 2대주주다. SGK는 이의범 SG그룹 회장 일가가 지분 전부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지난해 말 이 회장이 34%, 이청아·이승현·이재원 씨가 각각 22%를 보유했다. 단톡은 미처리결손금이 480억원에 달하며 주주들에게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단톡은 충남 아산시 영인면에 위치한 27홀 SG아름다운 골프장과 리조트의 시설 자산을 보유한 회사다. 골프장은 힐·레이크·락 3개 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클럽하우스와 숙박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말 단톡의 토지·건물·코스 등 유형자산 장부금액은 2060억원이다.
골프장 운영은 최대주주 SGK가 맡는다. SGK가 단톡으로부터 토지와 건물, 시설 등을 임차해 영업하고 임대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단톡의 매출도 전액 SGK로부터 받는 임대수익이다. 단톡 대표이사 이청아 씨는 이 회장의 딸이고, SGK 대표이사 박선희 씨는 이 회장의 배우자다.
문제는 단톡이 골프장 시설을 빌려주는 임대인인 동시에 임차인인 SGK에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는 대여자 역할까지 맡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단톡의 장·단기대여금 784억원 가운데 637억원(81.3%)이 SGK에 대한 대여금 잔액이다. SGK의 차입금 원금은 전년 말 592억원에서 45억원 증가했다.
SGK는 골프장 운영으로 벌어들인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단톡에 임대료로 지급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단톡에서 600억원 넘는 자금을 빌리고 있다. 지난해 SGK의 골프장 운영수입은 217억원, 단톡의 임대매출은 10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단톡의 임대매출은 SGK 골프장 운영수입의 약 47%에 해당한다.
단톡의 임대매출은 2023년 114억원, 2024년 109억원, 지난해 102억원이다. 최근 3년 합계는 약 325억원으로 연평균 108억원대 수준이다. 골프장 시설을 임대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자금이 지배주주 SGK에 대여금 형태로 묶여 있는 구조다.
자금 지원 대상은 SGK에 그치지 않는다. 단톡은 지난해 계열사 에스지엠(SGM)에 78억원을 빌려주고 5억원을 회수해 순액 73억원을 공급했다. 같은 해 SGM으로부터 유무형자산 54억원어치도 매입했다.
SGM의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이 같은 거래는 더욱 눈길을 끈다. SGM은 지난해 연결 기준 순손실 203억원을 기록했고, 연말 순자산은 24억원에 그쳤다. 단톡이 대규모 손실을 낸 계열사에 자금을 빌려주고 자산까지 사들인 셈이다.
여기에 지급보증도 제공했다. 지난해 말 단톡이 특수관계자를 위해 제공한 지급보증은 약 238억원이다. 종속기업 지에프티의 계약이행 등과 관련한 연대보증 약 148억원과 SGM의 은행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 9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SGM에 대해서는 직접 대여와 자산매입에 더해 은행 차입을 위한 신용까지 제공한 것이다.
대여금이 늘어나는 동안 이자 회수도 원활하지 않았다. 지난해 대여금 등에서 발생한 이자수익은 31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26억원은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고 미수수익으로 쌓였다. 이자수익의 약 8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말 미수수익 잔액은 74억원으로 전년 말 47억원보다 27억원 증가했다. 대여금 원금뿐 아니라 이자도 현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채 쌓이고 있는 셈이다.
단톡에는 골프장 임대수익 외에 회원 입회금이라는 또 다른 자금 유입원이 있다. 지난해 말 입회금 잔액은 688억원으로 전년 말 483억원보다 20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06억원을 기록했다. 입회금 잔액 증가분은 연간 영업현금흐름의 66.9%에 해당하는 규모다.
입회금은 골프장 회원에게 향후 반환해야 하는 돈이다. 매출이나 자기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계상되며, 단톡은 이를 전액 비유동부채로 분류하고 있다. 단톡의 현금 유입 기반이 확대되는 동시에 장래 반환해야 할 의무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단톡은 관계사 대여뿐 아니라 주식투자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단기매매증권 매입에 336억원을 지출하고 처분대금으로 188억원을 회수해 순액 148억원을 투입했다. 연말 단기매매증권 장부금액은 전년 말 약 27억원에서 약 180억원으로 늘었다.
장·단기대여금 784억원과 단기매매증권 180억원을 합하면 964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29.2%에 달한다. 골프장 부동산을 보유한 회사가 총자산의 약 30%를 대여금과 단기매매증권으로 운용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빠르게 줄었다.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은 25억원으로 전년 말 101억원보다 76억원 감소했다. 회원 입회금 잔액이 205억원 증가하고 영업활동에서도 306억원의 현금을 창출했지만, 관계사 대여와 주식투자 등 자금 운용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보유 현금은 오히려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한편, 딜사이트는 단톡 측에 계열사 자금 대여와 지급보증의 목적·조건, 대여금 회수 계획 및 입회금 등 유입자금의 운용 기준을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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