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호 기자]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리가켐바이오)가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관련 총 계약(딜) 규모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에 추월당하는 사례가 나왔다. 중국 한소제약과 스위스 로슈가 21조원 규모 딜을 맺으면서 회사의 기술수출 실적을 넘어선 것. 리가켐바이오는 플랫폼 딜을 넘어 자력 임상 개발을 통해 연구 자산의 가치를 높인 다음 기술수출하는 ‘LCB 2.0’ 전략에서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소제약은 로슈와 ADC 플랫폼 활용 및 일부 후보물질 도입을 위한 최대 15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리가켐바이오가 그동안 여러 기업과 체결한 ADC 플랫폼 딜의 누적 총액(약 10조원)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과거 리가켐바이오는 포순파마(2015년), 시스톤파마슈티컬스(2020년) 등 여러 중국 기업에 ADC 후보물질을 수출하며 우위를 점해 왔다. 하지만 약 10년만에 중국 바이오 생태계가 막대한 자본과 임상 속도를 무기로 성과를 끌어올리면서 ADC 분야에서 리가켐바이오의 입지를 위협하는 형국이 됐다.
ADC 개발 플랫폼은 항체와 링커(접합체), 페이로드(톡신) 등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며 약물 결합 비율(DAR)을 통해 기술적 세대를 구분하고 있다. 1세대 ADC는 톡신을 원하는 부위에 붙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혈액 내에서 링커와 톡신의 결합 비율이 불안정하며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부작용률도 높았다.
대표적인 물질이 로슈가 미국에서 2013년에 허가받은 1세대 ADC ‘캐사일라’다. 당시 캐사일라는 혈액암이 아닌 고형암(유방암) 적응증을 획득한 첫 ADC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9년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2세대 ADC인 ‘엔허투’가 동종 적응증으로 허가되면서 시장에서 입지를 잃게 됐다.
엔허투 등에 적용된 2세대 ADC 플랫폼은 원하는 부위에 특이적으로 톡신을 붙이는 기술이 적용됐다. 리가켐바이오와 한소제약 등은 모두 2세대 ADC 개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미 널리 알려진 리가켐바이오의 플랫폼 ‘콘쥬올’과 달리 한소제약의 플랫폼의 구체적인 실체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로슈가 한소제약의 플랫폼을 자체 검증해 그 가능성을 보고 복수의 ADC 물질에 대한 신약개발을 시도하려는 것 같다”며 “한소제약이 다른 빅파마인 영국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이전한 ADC가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해 있는 등 다방면으로 플랫폼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가켐바이오는 일찍이 중국 ADC 기업의 추격을 예상하고 대응책을 강구했다. 회사는 지난 2024년 오리온그룹에 인수되면서 중국 기업들에 뒤지지 않는 안정적인 자금력을 확보하고 ‘LCB 2.0’ 전략을 본격 적으로 선언했다.
이때부터 오리온그룹 오너3세인 담서원 오리온 부사장이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로 들어와 신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그룹은 초기 인수 및 추가 투자(1250억원)를 통해 리가켐바이오에 6735억원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된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담서원 부사장은 전략경영본부장으로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바이오 등 미래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아울러 리가켐의 사내이사로서 주요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추가 투자의 경우 지난 6월 리가켐바이오가 국민성장펀드 1호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회사 최대주주로서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를 동력삼아 2024년 1133억원과 2025년 2171억원 등 2년간 총 3304억원을 연구개발에 쏟아왔다. 지난 6월 말 기준 리가켐바이오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841억원이다. 하지만 국민성장펀드 투자 유치금 및 기존에 보유한 기타유동금융자산 등 가용 가능한 자산은 약 900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LCB 2.0 전략에 따라 기존 플랫폼인 콘쥬올과 별개로 링커 플랫폼을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신규 발굴한 페이로드에 최적화된 링커 플랙폼 또는 이중(듀얼) 페이로드 장착을 위한 ADC 링커플랫폼을 확보하면서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중이다.
또 초기 단계의 ADC 후보물질를 기술이전하는 데 안주하지 않고 직접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다음 후기 개발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시도해 연구 자산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더큰 규모의 물질 이전 계약도 시도할 예정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달 15일 클라우딘18.2 타깃 ADC ‘LCB02A’의 글로벌 임상 1상의 환자 투약을 자력으로 개시했다.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 기준 리가켐바이오가 보유한 임상 단계 이상 진입한 물질은 8종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투약을 개시한 LCB02A 이외에 B7-H4 타깃 ADC ‘LCB41A’도 우리가 임상 진행 과정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중이다”며 “미국 얀센에 기술수출된 Trop2 타깃 ADC ‘LCB84’는 공동개발로 절반의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유한 8000억원 후반대의 자금을 바탕으로 올해 1종, 내년 3종 등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추가로 제출하고 이를 승인받아 자력 임상에 나설 것이다”며 “ADC 임상 1상의 경우 과거와 달리 용량을 시험하는 위한 절차가 간소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빠르게 개발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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