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강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내 배터리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이 위축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ESS 성장동력은 신규 데이터센터보다 기존 미국 전력망 시장의 탈중국 흐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중국산 배터리 대체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실적 회복 기대도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중간선거 앞두고 배터리주 약세…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주가는 각각 5.0%, 7.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 2.1%보다 낙폭이 컸다. SK이노베이션도 9.1% 떨어지면서 국내 주요 배터리 3사 주가 일제히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다.
이날도 하락세는 이어졌다. 26일 LG에너지솔루션은 전 거래일 대비 2.09% 내린 37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SDI는 1.43% 하락한 48만3500원, SK이노베이션은 0.80% 떨어진 13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배터리주 약세의 배경에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책 불확실성이 있다. 오는 11월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ESS를 활용할 수 있어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수요처로 주목받아 왔다. 이에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거나 축소되면 ESS 수요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지역사회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대규모 전력 소비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과 냉각용수 부족, 소음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신규 시설 건설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외신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69%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공화당 지지자의 43%도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프랭크 팰론 의원은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되찾을 경우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핵심은 데이터센터 아닌 전력망…'탈중국' 수요 지속
국내 배터리 산업에 대한 중간선거의 부정적 영향이 과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위축되더라도 국내 기업들의 ESS 사업을 뒷받침하는 기존 전력망 시장 수요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26일 발표한 '중간선거에 대한 오해와 배터리 섹터의 기회' 보고서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ESS 수주가 늘어나는 핵심 배경은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보다 기존 미국 전력망 시장의 공급망 재편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에는 이미 연간 약 70GWh 규모의 전력망(Grid)용 ESS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전력회사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중국산 배터리를 다른 공급처의 제품으로 대체하면서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춘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수주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의 관세와 보조금 정책이 있다.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에너지 관련 세액공제에서도 특정 외국기업과의 거래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한국 업체들이 중국산 배터리의 대체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공급망 재편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정책기조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려는 미국 배터리 시장의 흐름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탈중국 논리는 정파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흐름"이라며 중간선거 결과가 국내 ESS 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 전력망용 ESS 시장은 올해 들어 누적 설치량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에 따르면 올해 1~8월 미국 ESS 신규 설치량은 45.6GWh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력망용 ESS 설치량은 37.9GWh로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ESS 수주 확대에 K배터리 실적 회복 기대
미국 전력망 시장의 탈중국 흐름은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빠른 회복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기존 ESS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을 대체하는 수요만으로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사업 매출이 올해 10조2220억원에서 2027년 15조5970억원으로 52.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ESS 부문 영업손익은 2040억원 적자에서 4370억원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DI의 ESS 사업 매출도 올해 4조3680억원에서 내년 6조2680억원으로 43.5%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을 추진하는 등 현지 ESS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ESS 사업 확대 등을 바탕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2027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45% 증가한 3조64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DI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85% 늘어난 1조48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