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이 일본 제약사 타나베파마를 인수한지 1년 3개월 만에 각 개별 자산의 분할 매각을 마치고 경영권 매각까지 추진한다. 지난해 약 5조원에 인수한 뒤 주요 의약품 사업과 생산시설을 잇따라 정리하자마자 회사 전체의 매각을 검토하는 것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타나베파마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국내에서도 일부 잠재 원매자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다. 개별 의약품의 권리나 제조 자회사를 넘기는 기존 사업재편에서 나아가 경영권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검토하는 단계다.
베인캐피탈은 지난해 2월 미쓰비시케미컬그룹과 당시 미쓰비시다나베파마를 약 5100억엔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원화로 약 5조원 규모다. 같은 해 7월 인수를 완료했고 12월에는 회사 이름을 타나베파마로 바꿨다. 인수 완료 이후 현재까지 보유기간은 약 1년 3개월이다.
타나베파마는 미쓰비시케미컬그룹의 제약사업을 담당했던 회사다. 면역·염증과 중추신경계 질환, 당뇨병 등 분야에서 의약품을 개발·판매해 왔다. 베인캐피탈은 인수 당시 아시아·북미 사모투자 조직과 생명과학 투자 조직이 함께 참여한다고 밝혔다. 연구개발 생산성을 높이고 외부 의약품 도입과 전략적 인수 등을 통해 독립 제약사로 성장시킨다는 구상이었다.
타나베파마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4995억엔이다. 전년에는 당시 모회사인 미쓰비시케미컬의 의약품부문 기준 매출 4604억엔과 영업이익 516억엔을 기록했다. 당시 매출은 전년 대비 5.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5.1% 감소했다. 라디카바 경구제의 북미 판매 증가와 당뇨병 치료제 맨자로의 판매 확대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지만, 일회성 손익이 전년 127억엔 이익에서 136억엔 손실로 전환하면서 영업이익은 줄었다.
인수 이후에는 주요 사업의 매각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거래는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치료제 라디카바 사업이다. 타나베파마는 지난해 12월 일본 시오노기제약에 라디카바의 글로벌 권리를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4월 주요 국가·지역의 권리 이전을 완료했으며 시오노기가 지급한 일시금은 25억달러다. 일정 조건에 따라 향후 매출에 연동한 로열티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생산시설과 기존 의약품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올해 7월에는 일본 토와제약에 제조 자회사 타나베파마팩토리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자회사는 오노다와 요시토미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기존 의약품 17개 성분의 제조판매 승인도 함께 이전하기로 했다.
개발 중인 신약의 권리도 매각했다. 지난 8월 덴마크 레오파마와 희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델시멜라곤의 글로벌 권리를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고 9월 권리 이전을 마쳤다. 판매 중인 의약품부터 생산시설과 개발 자산까지 거래가 이어지면서 최초 인수 당시와 비교해 사업 구성이 달라졌다.
베인캐피탈은 전형적인 에셋 스트리핑(asset stripping) 전략으로 타나베에서 엑시트할 계획으로 보인다. 자산을 쪼개 판 사실만으로 부당한 자산 유출이나 기업가치 훼손까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모펀드가 자산별 가치를 극대화하는 정상적인 분할 회수 전략으로 풀이된다. 타나베는 일본 베인캐피탈이 인수한 거래이지만 국내에서 원매자를 찾는 작업은 배민규 신임 베인캐피탈 한국대표와 김동욱 파트너 등이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영권 매각에서는 사업재편 이후 남은 의약품의 수익성과 개발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주요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원매자의 참여 여부와 함께 주요 자산을 정리한 타나베파마가 어떤 기업가치를 인정받을지가 거래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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