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프랑스 경제가 고물가·저성장·재정적자의 삼중고에 놓였다.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에 그쳤고, 9월 에너지 물가는 저년 동월 대비 21% 뛰었다. 국가부채도 국내총생산(GDP)의 119%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까지 확산하면서 경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격 시위는 지난 9월 파리 외곽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에서 시작됐다. 이후 노동조합과 '노란 조끼(Yellow Vests)' 운동 참여자들이 가세했다. 지난 17일 전국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최대 80만명이 참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방화와 약탈이 발생했으며 오는 24일 추가 집회도 예고됐다.
◆ 성장 멈춘 프랑스…에너지 물가 21% 급등
프랑스 경제는 올해 들어 성장세가 사실상 멈춘 상태다. 지난 8월 프랑스 통계청(INSEE)이 발표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였다. 1분기 -0.2%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에 실패했다.
같은 기간 가계의 소비단위당 구매력은 0.6% 감소했고 설비투자 등을 포함한 고정투자도 0.3% 줄었다. 고용시장도 부진하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실업률은 8.3%로 전 분기보다 0.2%p 상승했다.
반면 물가는 상승했다. 지난 15일 프랑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8월 2.4%에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에너지 물가는 21.3%, 경유는 44.1%, 휘발유는 25.7% 급등했다. 중동 지역 분쟁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이 주요 원인이다.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1.5% 수준이다. 전체 물가 상승에 에너지 가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연료비 상승은 운송비와 기업 생산비 증가로도 이어져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을 크게 키운다.
◆ 국가부채 GDP의 119%…긴축에도 증가 전망
프랑스 정부는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월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말 국가부채는 3조5955억유로(5357조원)로 GDP의 119%에 달한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전 분기보다 1.5%p 높아졌다.
프랑스 정부는 2027년 예산안에서 세금 인상과 지출 절감 등을 통해 540억유로(80조원) 규모의 재정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GDP 대비 5.4%의 재정적자를 내년에 5.0%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가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하면서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 재정적자는 GDP의 5.4%로 예상돼 유럽연합(EU) 기준인 3%를 크게 웃돈다. 국채 이자비용도 올해 626억유로(93조311억원)에서 내년 729억유로(108조3381억원)로, 16.5%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시장에서도 재정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20일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98%까지 상승했다.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정부는 앞으로 돈을 빌릴 때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그만큼 복지와 경기 회복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도 줄어든다.
긴축재정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17일 80만명 규모의 시위대가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연금과 의료 등 공공지출을 줄인다고 비판했다. 이날 파리와 리옹, 마르세유 등에서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 사태도 발생했다.
내년 4~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적 갈등도 변수다. 프랑스 마크롱 정부가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긴축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지난 20일로 예정됐던 2027년 예산안 세입 부문 표결도 연기됐다. 관련 심의는 오는 27일 재개되고 세입 부문 표결은 11월 3일로 예정돼 있다.
◆ 유럽 물가 3.8%…경기 둔화시 한국 수출에도 변수
프랑스의 경기 부진은 유럽 전반의 고물가와 맞물려 있다. 지난 16일 유럽연합 통계청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유로존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8월보다 0.6%p 높아졌다. 에너지 가격도 18.8% 올랐다.
반면 산업생산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 15일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8월 유로존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5% 줄었다. 두 달 연속 감소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6일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정책도 부담이다. ECB는 지난 9월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해 예금금리를 2.50%로 올렸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지만 높은 금리는 기업의 자금조달과 가계 대출에도 부담을 준다.
프랑스의 재정 불안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면 한국 수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 19일 앤드루 케닝엄(Andrew Kenningham)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 유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의 재정위기가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해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일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지역에서 소비, 투자가 위축이 되면 자동차나 전자제품 이런 한국산 제품 수요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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