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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가 믿은 야놀자…그 신뢰를 증명해야 할 시기
김기령 기자
2026-10-23 08:50:00
⑤ 숙박-여행-공연 종합 여가 플랫폼 성장했지만…8조 웃돌던 자본시장 평가 3조까지 추락, 이익 증명해야
이 기사는 2026-10-22 17:13:2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미래를 살지만, 욕망은 항상 과거에서 출발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영역을 넘보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동네 장터에서 물건을 사고팔고, 낯선 여행지에서 머물 곳을 찾으며, 조금 더 편리한 일상을 꿈꾼다.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의외로 오래된 것들에 머문다. 시간을 아끼고, 비용을 줄이고,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다.

시대를 변화시키는 기업들은 이 바람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했다. 당근은 이웃을 다시 연결했고, 쿠팡은 기다림의 시간을 줄였으며, 야놀자는 여행과 숙박의 문턱을 낮췄다. 그리고 그 가능성에 먼저 자본을 건넨 벤처캐피탈(VC)이 있다. '라이프체인저(Life Changer)'를 통해 삶을 바꾼 기업들과 미래에 투자한 자본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혁신의 출발점부터 성장의 명암, 지속 가능한 기업가치의 조건을 짚는다. <편집자주>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담은 NOL 홍보 영상 속 장면 (제공=NOL 공식 유튜브)

[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어렵게 구한 미 팝스타 찰리 푸스의 내한 공연 티켓. 공연이 끝나자 막차는 이미 끊겼다.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다가 문득 생각이 바뀐다.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 묵고 내일은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공연 티켓을 예매했던 놀(NOL) 앱을 다시 연다. 숙소를 고르고, 다음 날 즐길 거리까지 찾아본다. 공연 한 편을 보러 왔다가 뜻밖의 주말 여행이 시작된다.


야놀자가 그리는 미래는 이런 모습이다. 숙박 예약에서 출발한 기업이 여행과 공연, 레저를 하나로 묶어 사람들이 여가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 한다. 2024년 말 야놀자플랫폼과 인터파크트리플을 합쳐 출범한 놀유니버스가 그 중심에 있다. 과거 야놀자라는 이름으로 모텔과 호텔을 예약하던 소비자는 이제 놀(NOL)이라는 브랜드 아래 항공권과 공연 티켓까지 구매한다.


20여년 전 야놀자의 출발점은 지금과 정반대였다. 화려한 공연장도, 글로벌 여행 플랫폼도 아니었다. 모텔 객실을 청소하고 프런트를 지키던 한 청년이 숙박업의 불편함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작은 문제의식은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만나 사업이 됐고, 마침내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의 2조원 투자까지 끌어냈다.


야놀자가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은 결정적인 순간은 2021년 7월이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가 야놀자에 17억달러, 당시 약 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시장에서 평가한 기업가치는 약 8조원이었다. 같은 해 3월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지 불과 넉 달 만이었다. 투자업계에서 야놀자를 '제2의 쿠팡'으로 부르기 시작한 배경이다.


두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쿠팡이 상품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바꿨다면, 야놀자는 숙박업의 낡은 거래 방식을 바꾸고 있었다. 두 기업 모두 기존 산업의 비효율을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고,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대규모 자본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야놀자의 가능성을 손정의보다 먼저 알아본 투자자가 있었다.


야놀자의 주요 투자·인수 연혁 (그래픽=Chat GPT)

2015년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하던 강동민 현 뮤렉스파트너스 대표다. 강 대표는 야놀자에 대한 투자를 발굴했고,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는 단독으로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수진 대표가 2005년 창업한 이후 10년 만에 유치한 첫 외부 투자였다.


당시 야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상당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있었고, 모텔 예약이라는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도 의문이 따랐다. 그러나 강 대표가 주목한 것은 예약 중개 수수료에만 의존하는 사업이 아니라 숙박업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야놀자는 숙박업소와 이용객을 연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숙박체인 사업과 객실 비품 공급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숙박업소의 영업과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면서 산업의 안쪽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예약 플랫폼의 고객은 숙박객이지만, 숙박업의 구조를 바꾸려면 호텔과 모텔 운영자까지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무엇보다 강 대표가 눈여겨본 것은 창업자 이수진의 이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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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창업 전 약 4년 반 동안 모텔에서 청소와 객실 관리, 프런트 업무를 경험했다. 숙박업 종사자들이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카페도 운영했다. 객실을 판매하는 사람과 객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각각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현장에서 지켜본 셈이다.


숙박업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창업자는 많을 수 있다. 그러나 모텔의 객실을 직접 청소해본 창업자는 흔치 않다. 이 대표에게 숙박업은 시장조사 보고서에서 발견한 기회가 아니라 몸으로 경험한 산업이었다. 강 대표의 100억원 투자는 바로 그 현장 경험을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 가까웠다.


첫 투자가 이뤄지자 후속 자본도 움직였다. SL인베스트먼트와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SBI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자로 합류했다. 강 대표 역시 뮤렉스파트너스를 설립한 뒤 두 차례 후속 투자를 이어갔다. 2019년에는 싱가포르투자청과 부킹홀딩스, KT 등도 투자에 나섰다.


투자자가 늘어나는 동안 야놀자의 사업도 달라졌다. 숙박업소를 예약하는 플랫폼에서 숙박업소의 운영을 돕는 기업으로, 다시 여행 전반의 거래를 연결하는 기업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숙박 예약 앱으로 알려졌지만,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호텔 운영 솔루션과 여행 유통 기술도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소프트뱅크가 2021년 야놀자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도 이 같은 확장 가능성이 있었다. 비전펀드가 바라본 야놀자는 단순한 한국의 숙박 예약 앱이 아니었다. 여행객과 숙박시설 운영자를 연결하고, 기술을 통해 전 세계 여행 산업의 거래를 효율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지난 1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놀페스티벌 2026 슈퍼라이브 스테이지에서 관람객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제공=놀유니버스)

비전펀드의 투자는 야놀자의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붙였다. 야놀자는 2021년 말 인터파크 인수에 나서면서 항공과 여행, 공연 티켓으로 사업의 경계를 넓혔다. 2023년에는 글로벌 기업 간 거래(B2B) 여행 유통 플랫폼 고 글로벌 트래블(GGT)을 인수했다.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숙박을 판매하던 기업이 세계 각국의 여행 상품과 숙박시설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확장한 것이다.


여기서 야놀자의 성장 전략은 두 갈래로 나뉜다. 소비자에게는 여행과 공연, 숙박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놀(NOL)을 제공한다. 숙박업소와 여행기업에는 객실 관리와 유통, 예약에 필요한 기술을 공급한다. 하나는 소비자의 여가를 연결하는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그 여가가 거래되는 산업의 기반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놀유니버스의 통합 작업은 전자의 전략을 보여준다. 야놀자는 인터파크를 품은 뒤 분산돼 있던 서비스를 놀(NOL) 브랜드로 묶고 있다. 지난달에는 인터파크투어와 놀 티켓의 서비스를 통합했다. 숙소와 항공권, 여행 패키지부터 공연과 전시, 레저까지 한곳에서 찾고 예약할 수 있게 됐다. 같은 달 월간 활성 이용자는 약 560만명을 기록했다. 다음 달에는 별도로 운영하던 여행 플랫폼 트리플도 통합할 계획이다.


단순히 여러 서비스를 한 앱에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 숙박을 예약하고, 숙박을 예약한 사람이 주변 관광상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하나의 여가 활동이 다른 소비로 이어지면 이용자의 체류 시간과 거래 기회도 늘어난다. 숙박과 여행, 공연을 각각 판매하던 사업을 서로 고객을 연결해주는 구조로 바꾸는 셈이다.


지난 17~1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NOL 페스티벌 2026'은 이러한 전략을 앱 밖으로 확장한 사례다. 놀은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공연 티켓과 호텔 숙박을 결합한 상품도 판매했다. 다른 사업자가 만든 여가 상품을 중개하던 플랫폼이 소비자가 즐길 경험 자체를 만드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처음 모텔 객실을 예약해주던 야놀자는 이제 공연을 기획하고, 여행을 연결하고, 숙박업소의 운영 기술까지 제공하는 기업이 됐다. 사업의 영토만 놓고 보면 2015년 강동민 대표가 100억원을 투자했던 당시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넓어졌다.


하지만 소셜 베네핏과 별개로 자본시장의 평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소프트뱅크가 2021년 투자할 당시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약 8조원이었다. 이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10조원 안팎의 기업가치가 거론됐다. 하지만 상장이 지연되고 글로벌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식으면서 장외시장에서는 2조~3조원 수준의 평가도 나타났다. 사업의 영역은 커졌는데 시장이 매기는 가격은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외형 성장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야놀자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지만 영업이익은 약 156억원에 머물렀다.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음에도 영업이익률은 2%에 미치지 못했다. 숙박과 여행, 공연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 얼마나 많은 거래와 이익을 추가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용 솔루션 사업의 성과도 입증해야 한다. 국내 소비자에게 친숙한 놀 앱의 성장만으로는 글로벌 트래블 테크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세계 각국의 호텔과 여행기업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기술이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느냐가 기업가치 회복의 또 다른 열쇠다.


초기 투자자들의 시선도 결국 이 지점으로 향한다. 한 야놀자 투자 VC 관계자는 "인터파크의 티켓 사업을 확보하면서 확장 가능성이 커졌다"며 "티몬 사태 등 여러 이슈로 여행 플랫폼이 위축되긴 했지만 최근 실적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강동민 대표가 처음 발견한 것은 모텔 예약 시장의 가능성이었다. 소프트뱅크가 2조원을 베팅한 것은 그 시장을 넘어 글로벌 여행 산업으로 뻗어갈 가능성이었다. 두 투자자가 바라본 야놀자의 크기는 달랐지만, 숙박업의 낡은 거래 방식을 바꾸는 기업이 더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는 이어졌다.


이제 야놀자는 그 기대를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공연 한 편을 여행으로 바꾸고, 숙박 예약 한 건을 여러 여가 소비로 연결하는 능력이 실제 이익으로 이어져야 한다. 10조원 기업가치의 꿈도 그때 다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모텔 청소에서 출발한 야놀자는 사람들의 여가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삶을 바꾼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다시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그 변화가 얼마나 돈을 벌어들이는지 보여줘야 한다.

야놀자가 최근 어떤 사업을 하고 있고, 어떤 브랜드로 통합 중이야?
숙박 예약에서 시작해 여행, 공연, 레저를 하나로 묶는 '놀(NOL)'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요. 2024년 말에는 야놀자플랫폼과 인터파크트리플을 합친 '놀유니버스'를 출범할 예정이에요. 지난달에는 인터파크투어와 놀 티켓 서비스를 통합했으며, 다음 달에는 여행 플랫폼인 트리플도 통합할 계획이에요.
야놀자가 소프트뱅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 뭐야?
야놀자가 단순한 숙박 예약 앱을 넘어 전 세계 여행 산업의 거래를 효율화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2021년 7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는 야놀자에 17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당시 시장에서 평가한 기업가치는 약 8조 원이었어요.
사업 규모는 커졌는데, 왜 시장에서의 기업가치 평가는 오히려 낮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와?
매출 성장세에 비해 수익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야놀자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1조 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약 15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에 미치지 못했어요. 이로 인해 나스닥 상장 추진 시 거론되던 10조 원 안팎의 기업가치와 달리, 장외시장에서는 2조~3조 원 수준의 평가가 나타나기도 했어요.
야놀자가 앞으로 자본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해?
통합된 서비스가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는 능력과 글로벌 B2B 솔루션 사업의 수익 창출 능력을 보여줘야 해요. 한 야놀자 투자 VC 관계자는 "인터파크의 티켓 사업을 확보하면서 확장 가능성이 커졌다"며 "티몬 사태 등 여러 이슈로 여행 플랫폼이 위축되긴 했지만 최근 실적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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