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민 인턴기자] "제 꿈은 원래 노벨상을 타는 것이었어요."
안홍준(30) 위시스트(Wessist) 대표는 한때 노벨상을 꿈꾸던 인공지능(AI) 연구자였다. 지금은 전공을 살려 광고 검색 서비스를 운영한다. 세 차례의 피벗을 거쳐 출시한 '스니핏(SNIPIT)'은 약 10개월 만에 월 구독액 6000만원을 기록했다.
스니핏은 SNS에 게재된 광고를 검색·분석하는 AI 서비스다. 주 고객은 화장품 브랜드의 마케터다. 기존 마케터들이 광고 레퍼러스를 찾으려면 인스타그램과 구글, 메타 광고 라이브러리 등을 일일이 뒤져야 했다. 무관한 게시물이 섞여 나오고, 게재가 종료된 광고는 찾기도 어렵다. 영상 자료는 하이퍼링크로만 저장해야 해서 다시 보기 번거롭다.
스니핏에서는 '추석 스킨케어 광고'나 '분홍색 화장품 광고'처럼 원하는 내용을 입력하면 관련 광고를 찾아준다. 이미지와 영상은 보드에 저장·공유할 수 있으며, 관심 브랜드의 광고도 자동 수집·분석한다.
핵심 기술은 문장과 이미지 등 서로 다른 형태의 정보를 함께 처리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AI 기반 벡터 검색 엔진(Vector Search Engine)이다. 문장과 이미지의 특징을 수치화해 의미상 가까운 광고를 찾는다. 게재된 광고 설명에 '분홍색'이 없어도 이미지에 해당 색상이 있다면 검색된다. '좋아요 100개 이상'처럼 추가 조건을 설정하거나 AI와 대화하며 검색 범위를 좁힐 수도 있다.
안 대표는 "이미지 자체를 텍스트로 매칭하는 고유 기술"을 스니핏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유사한 광고 분석 서비스는 많지만 스니핏처럼 뚜렷한 사업성을 보여준 기업은 드물다고 덧붙였다.
스니핏은 구독제로 운영된다. 사용 범위에 따라서 월 3만2900원부터 15만원까지 다양하다. 50명이 넘는 대규모 조직은 별도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체결한다. 안 대표에 따르면 스니핏은 올해 10월 기준 누적 가입자가 3만명, 월 구독액은 6000만원이다. 올해의 목표 연간반복매출(ARR)은 10억원이다.
◆ 노벨상 꿈꾸던 서울대 연구자…의료 AI 창업의 한계
안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을 꿈꾼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과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연구자가 되고 싶었다. 경남과학고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진학했다. 당시 목표는 노벨상을 받는 것이었다.
막상 학부 시절 연구실 생활은 기대와 달랐다. 안 대표는 "빛나는 지성으로 문제를 푸는 모습을 생각했지만 실제는 반복업무였다"고 회상했다. 이후 전기정보공학을 복수전공했고, 당시 지도교수의 제안으로 의료영상 AI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성과도 있었다. 2020년 안 대표는 학부생 신분으로 뇌영상 학술지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MRI의 왜곡을 개선하는 논문을 제1저자로 게재했다. 2023년에는 국제자기공명의과학회(ISMRM)에서 우수 연구상을 받기도 했다.
대학원 졸업을 앞둔 무렵 같은 연구실 출신 동료가 설립한 의료 AI 기업 에어스메디컬(AIRS Medical)의 성장을 지켜보며 창업 가능성을 봤다. 결국 2022년 말 연구실 동료들과 위시스트를 설립하며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안 대표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 새로운 분야로 사업 전환…'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의 실패
위시스트의 첫 사업은 MRI를 활용한 아동 발달 검사와 치매 조기검사 등 의료 AI였다. 하지만 안 대표는 기술력 자체보다 규제와 의료체계 편입, 이해관계 조정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의료 AI를 접은 뒤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마케팅 대행사 대표를 만났다. 개발자에게는 비교적 간단한 문제가 마케터 업무에서는 큰 어려움이었다.
이후 2024년 말부터 안 대표는 마케팅 시장을 공략했다. 새로운 시장에서 시행착오는 이어졌다. 가장 뼈아픈 실패는 지난해 초에 만든 노코드(No-code) 업무 자동화 서비스였다. 당시 위시스트는 복잡한 코딩 없이 여러 프로그램을 연결해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플랫폼을 제작했다.
그러나 자동화 업무를 구축하는 사용법이 복잡해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공동창업도 회사를 떠났다. 안 대표는 수요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수개월간 제품을 개발했고, 대표로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머뭇거린 게 패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안 대표는 "모르면 가볍게 빨리 하고, 확신이 있으면 화끈하게" 움직이기로 했다. 고객을 먼저 모집하고 시제품을 빠르게 내놓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2025년 9월에는 마케터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AI 챗봇을 선보였고, 이때 광고 레퍼런스 검색을 향한 수요를 확인했다.
베타테스터 30명을 확보하자, 안 대표는 약 1~2주 만에 시제품을 개발했다. 이후 실시간으로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기능을 수정해 그해 12월 지금의 ‘스니핏’을 완성했다.
◆ 계속해서 스니핏을 성장시키겠다…'비효율과 싸우는 기업' 목표
위시스트를 10개월만에 안정적인 사업으로 안착시켰지만, 안 대표는 “스니핏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도 고객과의 소통을 1순위로 여긴다. 매일 채널톡과 의견게시판을 통해 기능 개선 요청을 받고, 특히 서비스를 7일 이상 이용한 고객에게는 '커피챗(Coffee Chat)' 신청을 받는다. 직접 만나 서비스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안 대표는 광고 검색을 넘어 업무 전반의 비효율을 줄이는 기업을 꿈꾼다. "위시스트가 인간의 근본적 행동을 바꿨으면 좋겠다”며 기업 성장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안 대표는 창업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어 하는지를 찾아라"고 조언했다. 주변의 의사나 변호사 친구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해 후회하는 친구들을 봤다며 "탐구의 결과가 창업이라면 해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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