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연 인턴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향해 또다시 가격 불만을 터뜨렸다. 이번에도 예외는 마이크론이었다. 지난 7월 마이크론에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했던 머스크는 석 달 만에 “마이크론은 합리적이었지만 다른 업체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며 경쟁사들을 정면 비판했다.
머스크는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론은 향후 메모리 가격과 관련해 합리적이었지만 다른 업체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오늘날의 고객들이 잊지 않을 일”이라며 “마이크론이 하는 것은 장기적인 고객 충성도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D램 시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강 체제라는 점에서 국내 메모리 업체를 겨냥한 발언인지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머스크는 비판 대상 업체를 직접 지목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제품과 가격 협상 조건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니컬러스 무갈리 월드트레이드시큐리티 CEO가 JP모건의 메모리·스토리지 시장 전망을 소개한 게시물에 머스크가 답글을 달면서 나왔다. JP모건은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률이 올해 약 20%, 2027년 19%, 2028년에도 1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머스크가 마이크론의 대응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머스크는 지난 7월22일(현지시간) 테슬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마이크론을 따로 언급했다.
당시 머스크는 “마이크론이 테슬라에 메모리 물량을 배정해준 데 감사하고 싶다”며 “요즘 상당히 비정상적인 메모리 가격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조건으로 매우 상당한 물량을 향후 수년 동안 확보해줬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장기 공급계약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마이크론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차보고서에서 고객들이 첨단 메모리와 장기 공급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전략적 고객계약(SCA)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의 전략적 고객계약은 수년간 약정한 물량에 대해 고객이 인수하거나 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는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 방식이다. 가격은 고정하거나 일정 기간마다 다시 협상하며, 대부분의 계약에는 가격 상·하한선이 설정돼 있다. 마이크론은 이를 통해 고객에게는 공급 확실성과 가격 가시성을 제공하고, 회사에는 사업 성과의 가시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은 마이크론이 장기 고객계약 26건을 확보했고 2027회계연도 생산량의 75% 이상에 대해 공급 약정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마이크론만 장기계약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 AI 수요 확대에 따른 D램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주요 고객과 다년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29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핵심 고객을 포함한 약 10곳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으며 주요 고객들과 추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추가 메모리 공급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7월30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주요 데이터센터 고객과 다년 공급계약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계약은 실제 가격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일부 미국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가 다년 LTA를 체결하면서 공급업체가 이들 고객에 대해서는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LTA가 없거나 기존 계약 물량을 넘어 추가 구매하는 고객에게 가격 인상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D램 가격은 이미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은 전분기보다 93~98% 상승했다. AI 서버용 고용량 제품에 공급이 우선 배정되면서 PC와 스마트폰용 제품까지 공급이 빠듯해졌다.
서버 D램 가격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계약가격이 전분기보다 13~18%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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