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유럽의 중국산 자동차 견제가 순수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까지 넓어지면서 국내 배터리업계의 유럽 점유율 회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되찾았지만 중국 완성차와 배터리업체의 공세로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수년째 하락했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중국이 중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의 대EU 수출 확대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U와 중국은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산 일반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대EU 수출을 향후 4년간 줄이는 방향에 합의했다. EU 측은 별도 조치가 없을 경우 예상되는 수출량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드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이행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EU는 이미 2024년 10월부터 중국산 순수전기차(BEV)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HEV와 PHEV는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낮아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해당 차종을 중심으로 유럽 수출을 빠르게 늘려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12일 발간한 ‘유럽, 중국산 전기차 수출 장벽 확장, K배터리 수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업체의 유럽 HEV·PHEV 판매 점유율은 2024년 10월 3.5%에서 올해 8월 25.5%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 업체의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 점유율도 11.7%까지 높아졌다.
◆유럽 EV 커지는데 K배터리 점유율은 하락
유럽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 전망치인 466만9000대에서 내년 579만대로 24%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시장이 재성장 국면에 들어선 데 이어 내년에도 20% 이상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한국 배터리 3사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이 12일 발간한 ‘실적 시즌 돌입, 배터리 비중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의 유럽 전기차용 배터리 누적 점유율은 2023년 연간 55%에서 2024년 연간 45%, 2025년 연간 35%, 올해 1~8월 29%로 떨어졌다.
시장 성장의 수혜를 충분히 가져가지 못한 셈이다. 올해 8월 유럽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은 18.8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월보다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 배터리 3사의 합산 출하량은 5.1GWh로 7% 감소했다.
중국 업체의 약진은 뚜렷했다. 같은 달 CATL의 유럽 출하량은 8.6GWh로 전년 동월보다 34% 늘었고 시장 점유율은 46%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1GWh로 7% 감소했고 SK온은 1.2GWh로 13% 줄었다.
한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시장이 성장했음에도 K배터리의 개선이 더뎠던 배경으로 중국산 전기차와 PHEV의 수출 확대를 지목했다. 중국산 하이브리드 판매가 줄어들 경우 한국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 견제에 현지조달까지…2027년 반등 기대
중국 전기차업체의 해외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의 산업정책 변화도 국내 배터리업계의 변수로 꼽힌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내수용 도매 판매는 지난해 11월 이후 역성장 흐름을 이어간 반면 수출 증가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내 공급과잉 물량이 해외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자동차 산업을 보유한 국가들의 대중국 무역장벽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EU가 추진 중인 산업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IAA)도 주목된다. 해당법안은 공공조달과 보조금 등 지원제도에서 역내 생산 제품의 수요를 늘리려는 법안이다. 한 연구원은 초안을 기준으로 향후 전기차 보조금 수령 과정에서 역내 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중심의 부품 조달 요건이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국은 EU와 FTA를 체결했고 국내 배터리업체들도 유럽 현지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중국 업체와의 경쟁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중국산 차량의 진입 장벽 확대와 현지조달 요건 강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K배터리가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반등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와 전기차 시장 회복까지 감안하면 2027년이 K배터리의 ‘제2의 전성기’에 진입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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