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민 인턴기자] 아마존이 AI 스타트업 디카트(Decart)를 약 70억달러(9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마존이 주목하는 것은 기존 AI 반도체의 계산 속도를 높이고 운영 비용을 줄이는 디카트의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1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이 디카트를 약 70억달러(9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지난 5월 시장조사업체 피치북(PitchBook)에 언급된 디카트의 기업가치는 약 40억달러(5조4000억원)였다. 이번 아마존의 인수금액은 당시 평가액보다 약 75% 높은 수준이다.
아마존의 자체 AI칩 경쟁력이 높아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에 새로운 공급망이 열린다. 하지만 동시에 디카트의 DOS기술이 AI 반도체의 연산 효율을 높이면서 필요한 칩의 개수가 줄어들어 국내 반도체 수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 디카트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
디카트는 2023년 이스라엘 출신 엔지니어 3명이 설립한 AI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실시간 영상 생성·편집 모델 '루시(Lucy)'와 로봇·자율주행 시스템을 시험하는 가상 환경 생성 모델 '오아시스(Oasis)' 등을 개발했다.
지난 5월 디카트는 라디컬벤처스(Radical Ventures)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엔비디아와 어도비벤처스(Adobe Ventures), 도요타벤처스(Toyota Ventures) 등으로부터 총 3억달러(4000억원)를 유치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40억달러(5조4000억원)로, 2025년 8월의 31억달러(4조2000억원)보다 약 29% 높아졌다.
이번에 아마존이 주목하는 기술은 '디카트 최적화 스택(Decart Optimization Stack, DOS)'이다. DOS는 AI 반도체가 같은 작업을 더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아마존의 트레이니엄(Trainium),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등 여러 회사의 AI 반도체에 적용할 수 있다.
DOS는 크게 커널(Kernel)과 컴파일러(Compiler)로 나뉜다. 커널은 반도체에서 실제 계산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고, 컴파일러는 AI 모델의 계산을 반도체가 실행할 수 있는 명령문으로 변환하는 소프트웨어다.
예를 들어 AI로 영상을 생성할 때 특정 단계에서 속도가 느려지면 디카트는 해당 단계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커널을 새로 만들거나 조정한다. 반도체 자체를 교체하거나 추가하기보다 기존 반도체에서 계산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또한 반도체마다 계산을 처리하는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AI 모델이라도 실행 속도에 차이가 난다. 디카트는 컴파일러를 조정해 AI 모델의 계산을 각 반도체에 맞는 명령으로 바꾼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반도체에서도 AI 모델을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실제로 아마존웹서비스와 진행한 디카트의 초기 시험에서 성능이 확인됐다. 디카트의 실시간 영상 AI 모델을 아마존 트레이니엄에서 실행한 결과, 주요 GPU보다 초당 영상 처리량이 최대 4배 높았다. 비용 효율은 2배 개선됐으며, 영상 처리 지연 시간도 40밀리초에서 10밀리초로 줄었다.
◆ 엔비디아 쿠다 장벽을 낮추려는 아마존
아마존의 디카트 인수 논의는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GPU의 높은 연산 성능과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쿠다(CUDA)를 통해 AI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쿠다는 개발자가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계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문제는 이미 많은 AI 모델에서 엔비디아의 GPU 전용 계산 프로그램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AI 모델을 아마존 트레이니엄에서 실행하려면 계산 프로그램을 다시 개발하거나 수정해야한다.
디카트의 DOS는 이런 아마존의 부담을 줄여준다. 엔비디아 GPU에서 실행하던 AI 모델을 트레이니엄으로 옮길 때 필요한 계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트레이니엄에 맞게 실행 방식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니엄을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춰 엔비디아보다 경쟁력 있는 선택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 자체 AI칩 확대…삼성·SK하이닉스 HBM 경쟁에도 변수
아마존의 자체 AI칩 경쟁력이 높아져도 HBM 수요가 곧바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의 GPU뿐 아니라 아마존의 트레이니엄에도 HBM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칩 생산을 늘리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공급망 확대라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2025년 12월 아마존웹서비스에 따르면 트레이니엄3에는 칩당 144기가바이트(GB)의 HBM3E가 탑재된다. 메모리 대역폭은 초당 4.9테라바이트(TB)로, 전작인 트레이니엄2보다 1.7배 높아졌다. 아마존이 자체 AI칩을 확대하더라도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HBM이 계속 필요하다.
하지만 디카트의 기술이 HBM 수요 증가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DOS를 통해 AI 반도체의 처리 성능이 높아지면 같은 작업에 필요한 칩 수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가 기존보다 적은 수의 AI칩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면 신규 반도체 구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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