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자금조달 여건이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설비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투자 규모가 자체 현금창출 속도를 앞지르자 회사채와 대출 등 외부자금 조달 필요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집행보다 수익화가 늦어지는 만큼 향후 조달 여건이 AI 투자 지속성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올해 AI 관련 자금조달 규모는 약 466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10억달러보다 4.6배 가량 늘었다. 12일 환율인 달러당 약 1338원을 적용하면 약 624조원 규모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대형 기술기업들이 조달한 금액은 3060억달러에 달했다. 월별 자금조달 규모는 지난 6월 113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9월 230억달러까지 줄었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는 9월 AI 관련 신규 채권 발행이 없었다. 외신은 투자자들이 AI 사업의 장기 수익성과 높은 레버리지, 차입비용을 보다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AI 인프라에 필요한 자금은 오히려 더 늘어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AI 인프라 구축에 2028년까지 약 1조5000억달러의 외부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원화로는 약 2007조원에 해당한다.
실제 대규모 차입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엔비디아의 AI 칩을 구매하기 위해 약 400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100억달러는 은행 대출, 300억달러는 투자등급 회사채 방식으로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400억달러는 현재 환율 기준 약 54조원 규모다.
◆ 투자는 앞서가고 수익화는 뒤따라…커지는 자금조달 공백
시장에서는 AI 투자 규모 자체보다 투자를 뒷받침할 현금흐름과 조달 구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비시 티루파투르(Vishy Tirupattur)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2027년 설비투자(CAPEX)가 전년보다 5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연산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빅테크들이 향후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투자 집행과 실제 수익화 사이에는 시차가 발생한다. 티루파투르 연구원은 이 같은 시차로 하이퍼스케일러의 2027년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으로 번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을 제외하고 남는 돈이다. 이에 따라 자체적으로 창출하는 현금과 필요한 투자금 사이의 자금조달 공백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여름 하이퍼스케일러의 신용스프레드는 의미 있게 확대됐다. 특히 발행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무담보 회사채에서 스프레드 확대 폭이 더 컸다.
S&P글로벌레이팅스도 AI 투자 확대가 기업들의 자금조달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S&P는 지난 8월 27일(현지시간) 알파벳·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오라클·스페이스X 등 6개 하이퍼스케일러의 합산 CAPEX가 2027년 1조3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S&P는 이들 6개 기업이 2026년과 2027년 모두 마이너스 잉여영업현금흐름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채와 리스, 보증, 특수목적기구(SPV) 등 다양한 금융구조가 AI 인프라 투자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빈 사르마(Naveen Sarma) S&P글로벌레이팅스 연구원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단순한 투자 규모를 넘어 자금조달 방식과 장기적인 재무 부담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AI 투자 수익화와 수요 지속성, 과잉설비 위험도 향후 신용도를 판단하는 핵심 변수로 꼽았다.
◆ 닷컴 때보다 투자 강도 높아져…차이는 ‘현금창출력’
대규모 선행투자와 뒤늦은 수익화라는 구조 때문에 현재 AI 투자 사이클을 1990년대 말 닷컴버블과 비교하는 분석도 나온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지난 9월 AI 인프라 투자 강도가 일부 지표에서 닷컴버블 당시 고점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최근 5년 동안 CAPEX에 1조1000억달러를 집행했으며, 시장 전망을 종합하면 2030년까지 추가로 5조3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S&P는 현재 AI 투자 사이클이 닷컴버블 당시와 같은 금융 취약성을 보이는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투자를 주도한 빅테크들이 강한 현금창출력과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S&P는 향후 핵심 위험으로 수익성이 투자 규모를 입증하기 전에 투자 재원이 현금 중심에서 부채 중심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지목했다.
기업별 재무 여력에는 차이가 있다. S&P글로벌레이팅스는 대부분의 대형 하이퍼스케일러가 현재 AI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고 차입 활용도가 높은 오라클은 AI CAPEX 확대에 따른 신용 부담에 더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HBM 호황은 지속…빅테크 CAPEX가 수요 변수
AI 데이터센터의 자금조달 여건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도 연결된다.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상당 부분이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현재 제시된 수요 전망은 여전히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S&P글로벌레이팅스는 하이퍼스케일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2026~2027년 D램과 낸드의 비트 수요가 각각 연평균 20~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2028년 전까지 의미 있는 신규 생산능력 확대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동시에 S&P는 현재 메모리 업황의 강세가 하이퍼스케일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지속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고 분석했다. AI 인프라 지출이 의미 있게 줄어들 경우 메모리 업황에도 상당한 하방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 증권가도 아직 HBM 성장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삼성전자의 2027년 연간 매출 전망치를 기존보다 5%, 영업이익 전망치를 8% 상향했다. HBM4의 판가 상승과 출하량 증가를 반영한 조정이다.
박 연구원은 2027년 메모리 산업의 성장동력이 범용 메모리에서 HBM으로 다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HBM4가 선단 D램 공정뿐 아니라 베이스다이 설계와 파운드리 역량까지 요구하는 제품이라는 점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평가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전망도 성장에 무게가 실려 있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SK하이닉스의 2027년 HBM 혼합평균판매가격을 Gb당 3.31달러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113% 상승한 수준이다. 2027년 영업이익은 454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 연구원은 서버용 D램과 eSSD를 중심으로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HBM4 양산 비중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27년 HBM 가격 협상이 공급업체에 유리한 환경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