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스테이블코인·예금토큰 인프라까지 사업을 넓혔지만 블록체인 보안업체 ‘수호아이오’의 실적은 거꾸로 갔다. 지난해 매출은 16% 줄고 영업손실은 60% 가까이 불어났다. 영업손실 규모는 매출의 두 배에 달한다. 금융권의 '디지털자산 배관공'을 자처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술력과 금융권 레퍼런스를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수호아이오의 2025년 매출은 13억4000만원으로 전년 15억9000만원보다 약 15.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6억8000만원에서 26억8000만원으로 약 59.5% 확대됐다. 매출이 줄어드는 동안 적자는 오히려 10억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수호아이오는 2021년부터 5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은 2021년 4억원에서 2022년 6억원, 2023년 8억원, 2024년 1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 다시 13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영업손실은 2021년 3억원에서 2022년 19억원, 2023년 39억원까지 확대됐다가 2024년 17억원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다시 27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2024년 적자 폭을 절반 이상 줄였지만 1년 만에 다시 손실이 확대되면서 수익구조의 불안정성이 드러났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매출의 약 2배에 달한다. 매출 1원을 올리는 동안 영업손실 2원이 발생한 셈이다. 금융권 사업 확대와 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지만, 외형 성장세마저 꺾이면서 수익성 개선과는 거리가 멀어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수호아이오 측은 재무제표상 실적 악화에 회계적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수호아이오 관계자는 "2025년 매출 감소는 사실이지만 일부 B2G 프로젝트의 사업 대가가 정부보조금 형태로 지급돼 회계상 매출이 아닌 보조금 수익이나 관련 비용 차감으로 처리됐다"며 "정부과제 수행 금액을 포함한 실질적인 사업 규모는 전년보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손실 확대에는 과거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대가로 보유하고 있던 자산의 가치 하락이 회계상 비용으로 반영된 영향이 컸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정부과제 수행 규모 확대와 보유자산 가치 하락을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 제시했지만, 재무제표상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 확대는 뚜렷하다. 특히 보유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 규모가 공개되지 않아 이를 제외한 본업의 수익성이 어느 수준인지도 드러나지 않았다.
재무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수호아이오의 자기자본은 2024년 말 43억6500만원에서 지난해 말 16억8900만원으로 약 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채는 7억4400만원에서 21억2400만원으로 약 3배 늘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17.0%에서 125.7%로 급등했다.
적자가 이어지는 사이 자기자본은 1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 부채는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사업 확장에 필요한 투자 부담은 지속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재무적 여력은 오히려 약화됐다. 금융권 사업의 상용화가 지연될수록 자금조달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수호아이오는 지난 2019년 설립 이후 스마트컨트랙트 보안과 블록체인 기술 검증을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다졌다. 이후 금융권의 디지털자산 사업 확대에 맞춰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최근에는 스스로를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존 스마트컨트랙트 보안 감사와 기술 검증을 넘어 금융기관의 디지털자산 발행·이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금융회사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실제 거래를 지원하는 이른바 '금융 배관공'을 표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은행의 CBDC 활용성 테스트인 '프로젝트 한강'이다. 수호아이오는 관련 디지털 바우처 관리 플랫폼 구축 사업에 참여해 목적기반 화폐(PBM) 관리 프로세스와 스마트컨트랙트 개발 기준 마련, 표준화 검증 등을 수행했다. 금융권 디지털자산 실증사업에서 기술력을 검증받고 사업 레퍼런스를 확보한 셈이다.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 시장의 제도화 움직임도 수호아이오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다. 금융회사들이 디지털자산 발행과 결제·정산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경우 관련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술기업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금융권 실증사업 참여가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 한강 등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더라도 실제 금융회사의 상용 시스템 구축과 장기 운영계약으로 이어져야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수호아이오가 확보한 금융권 레퍼런스와 실제 매출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하는 이유다.
특히 수호아이오가 주력해 온 기술 검증과 시스템 구축은 프로젝트 단위로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이다. 신규 수주가 이어지지 않으면 매출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디지털자산 인프라 사업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키우려면 일회성 구축 계약을 넘어 유지보수와 플랫폼 이용료 등 반복 매출을 늘려야 한다.
회사 역시 일회성 프로젝트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유지보수와 구독료, 인프라 사용료 등 지속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호아이오 관계자는 "현재는 프로젝트 이후 기술지원과 유지보수, 구독료와 인프라 사용료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복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수익성 개선 기여도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유지보수와 구독료 등 수익원이 발생하고 있다는 회사 설명에도 지난해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 확대를 막지는 못했다. 사업모델 전환의 성과가 아직 실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디지털자산 시장의 성장 속도도 변수다.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 정비, 금융회사의 실제 투자와 상용화가 지연되면 수호아이오는 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먼저 감당해야 한다. 매출보다 영업손실이 두 배 많은 상황에서 사업 확장 속도와 수익화 시점 사이의 간극이 커질수록 재무적 부담도 가중된다.
금융권의 디지털자산 인프라 수요를 선점하려는 수호아이오의 전략은 분명하다. 그러나 5년 연속 적자에 자기자본까지 급감한 상황에서 기술력과 사업 레퍼런스만으로는 성장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실증사업을 상용 계약으로 전환하고 반복 매출을 얼마나 빠르게 키울 수 있는지가 수호아이오의 수익화 능력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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