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미국 틱톡을 휩쓴 K뷰티에 '신뢰성'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 스킨케어와 '글래스 스킨(Glass Skin)' 관련 인기 영상 중 95%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막한 유럽피부과학회(EADV) 2026에서 한국 스킨케어 관련 틱톡 콘텐츠를 분석한 연구가 공개됐다. 연구진이 문제로 지적한 것은 K뷰티 제품 자체가 아니라 틱톡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 美 틱톡 스킨케어 톱10 중 8개가 K뷰티
이커머스 데이터업체 참닷아이오(Charm.io)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틱톡샵의 뷰티 거래액은 27억달러(3조66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스킨케어 매출만 5억9600만달러(8080억원)였다.
K뷰티의 영향력은 올해 들어 더 커졌다. 지난 8월 기준 미국 틱톡샵 스킨케어 판매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8개가 한국 브랜드였다. 특히 에이피알의 ‘메디큐브’가 전체 스킨케어 매출의 19%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닥터멜락신(Dr.Melaxin)은 11%로 2위를 기록했다. 코스알엑스(COSRX)와 성분에디터(SUNGBOON EDITOR) 등도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메디큐브의 성과가 눈에 띈다. 틱톡에 따르면 '#medicube' 관련 게시물은 약 1만800건, 누적 조회수는 1억330만회에 달했다.
메디큐브는 맑고 매끄러운 피부를 뜻하는 '글래스 스킨'을 활용한 콘텐츠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틱톡 크리에이티브 챌린지(TTCC)를 활용한 광고 클릭률(CTR)은 일반 광고보다 64% 높았다. 구매전환율(CVR)은 20% 높았고 광고비 대비 매출(ROAS)은 605%를 기록했다.
◆인기 영상 95% '오해 소지'…안전정보는 부족
유럽피부과학회(EADV) 연구진은 올해 5월 한국 스킨케어와 관련된 5개 검색어를 이용해 틱톡 영상을 조사했다. 기존 시청기록이 검색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활동 이력이 없는 새 계정을 사용했다. 상위 노출 영상 가운데 최종 38개를 골라 분석했다.
연구진은 38개 영상 가운데 약 95%에서 잠재적 오해를 부른다고 발표했다. 영상의 84%는 건성·지성·민감성 등 피부 타입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45%는 충분한 안전정보 없이 여러 성분을 함께 사용하도록 소개했다. 32%는 제품을 사용하면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과장했다.
반면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 피부 자극 가능성을 언급한 영상은 38개 가운데 1개뿐이었다. 연구를 이끈 마리아 루시아 파이사노(Maria Lúcia Paysano) 박사는 기본적인 안전정보가 빠져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분석 대상 38개 영상을 모두 '신뢰할 수 없거나 신뢰도가 낮은 콘텐츠'로 분류했다. 틱톡에서 소개하는 관리법을 모든 소비자가 그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 규제 있어도 숏폼은 사각지대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에 따라 광고주와 인플루언서 사이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면 이를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나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로 인플루언서의 홍보가 브랜드와 관계가 있다면 명확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규정이 있어도 위반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해 2024년 SNS 올라온 게시물을 점검한 결과, 뒷광고로 의심되는 게시물은 2만2011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39.4%는 광고 표시를 소비자가 보기 어려운 곳에 배치했고, 26.5%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아예 밝히지 않았다.
해외도 상황이 비슷하다. 영국 광고심의기구(ASA)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과 틱톡의 여행 인플루언서 게시물 531건을 분석한 결과, 광고성 게시물 가운데 69%는 광고 표시를 아예 하지 않았고, 11%는 'PR'이나 'gifted(무상제공)' 등 불분명한 표현을 사용했다.
ASA가 올해 2월 공개한 별도 조사에서는 실제 인플루언서 광고를 보고 광고라고 정확히 판단한 소비자가 절반 수준에 그쳤다. 4명 중 1명 이상은 광고를 알아보지 못했다.
실제로 올해 7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코스메틱 더마톨로지(Journal of Cosmetic Dermatology)'가 여드름 환자 408명을 분석한 결과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받아 화장품을 구매한 환자의 64.3%에서 피부장벽 손상이 확인됐다. 그렇지 않은 환자는 10.2%였다.
광고 표시 규제만으로는 숏폼에서 유통되는 모든 정보를 걸러내기 어렵다. 광고라고 표시된 콘텐츠라도 효능이나 안전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국내에서도 뒷광고와 과장된 바이럴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적발되는 만큼, K뷰티의 해외 판매가 늘어날수록 제품 자체뿐 아니라 이를 소개하는 온라인 콘텐츠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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