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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으로 질병 찾고 로봇이 사고 막는다…보험의 역할 바뀐다
강울 기자
2026-09-30 18:39:58
보험개발원 ‘2026 보험미래포럼’…바이오·AI 결합해 사후 보상→사전 예방, 현장 데이터로 보험료 정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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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훈 보험개발원장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FKI타워에서 열린 2026 KIDI 보험미래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강울 기자)

[딜사이트 강울 기자] 보험산업이 인구구조 변화와 바이오 기술·인공지능(AI) 발전에 맞춰 사고가 난 뒤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후 보상자’에서 고객과 산업현장의 위험을 미리 발견하고 관리하는 ‘통합 리스크 관리자’로 역할을 넓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인구 감소로 신계약 중심의 성장에 한계가 커지는 가운데 바이오·AI 기술을 활용해 질병과 사고를 예방하고 고객의 생애 전반에 걸쳐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새로운 성장 방향으로 제시됐다.


보험개발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인구·바이오·AI가 바꾸는 보험의 미래’를 주제로 ‘2026 KIDI 보험미래포럼’을 개최했다. 유재훈 보험개발원장의 개회사에 이어 국내외 전문가들이 보험산업의 변화와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유 원장은 보험산업이 고객의 생애 전반을 보호하는 ‘통합 리스크 관리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보험 업무에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해 위험을 사전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기술 수용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수반하는 위험을 제어하는 능력”이라며 AI 편향과 사이버 보안 위험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산업의 역할 전환이 필요한 배경에는 인구 감소와 장수라는 두 가지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인구가 줄면서 신규 고객과 신계약을 계속 늘리는 방식의 성장에는 한계가 커지는 반면 기존 고객과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기간은 길어지고 있어서다. 보험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건강·자산·돌봄 등 고객이 생애 전반에서 마주하는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첫 발표를 맡은 성원명 보험개발원 국제협력팀 부장은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는 계약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며 신계약 확대에 의존하기보다 시니어 케어와 예방·건강관리를 통해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장기간 이어가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수 시대에는 질병뿐 아니라 노후소득과 돌봄까지 보험산업이 관리해야 할 위험으로 제시됐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영국 국제장수센터 대표는 “가장 큰 위험은 더 많은 사람이 80대 중반까지 살면서 그중 20년을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보내는 것”이라며 예방 투자를 강조했다. 자산은 보유하고 있지만 생활에 쓸 현금이 부족한 고령층을 위해 보유 자산을 생활비로 전환할 수 있는 금융상품과 돌봄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바이오 기술은 보험사가 질병 발생 이후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고객의 건강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혔다. 베니 지 홍콩중문대 교수는 망막 사진을 AI로 분석하는 ‘ARIA’를 예로 들며 뇌졸중·치매·당뇨병 관련 위험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해 맞춤형 건강관리로 연결하면 질병의 중증화를 낮추고 장기적으로 보험금 지급 위험을 관리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 교수는 건강 상태가 개선된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위험 변화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보험모델도 제시했다. 건강 데이터를 위험 선별이 아닌 예방에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동시에 건강정보가 고객 배제에 활용되지 않도록 동의와 차별 방지 원칙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의 미래는 누가 병에 걸릴지 예측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예방의 영역은 개인의 건강을 넘어 산업현장으로도 넓어질 수 있다. 제이슨 피오릴로 보스턴다이나믹스 최고법률책임자는 로봇이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고 사고 징후를 찾아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족보행 로봇 ‘스팟’의 설비 점검 사례를 들며 “AI는 로봇을 더 안전하게 만들고 AI를 탑재한 로봇은 작업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로봇과 센서가 수집하는 현장 데이터가 쌓이면 기업보험의 위험 평가와 가격 책정 방식도 한층 정교해질 수 있다. 시설과 자산의 위험 변화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위험 감소 정도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피오릴로 최고법률책임자는 운전자의 주행 데이터를 자동차보험에 활용하듯 산업현장에서도 실제 위험 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달리 책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가 바꾸는 것은 보험사가 관리하는 위험만이 아니다. 상품을 판매하고 계약을 관리하며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의 업무 방식 자체도 재편되고 있다. 도로타 짐노흐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산업 자문역은 “AI는 기술적 변화라기보다 사업의 변화”라며 소비자가 AI를 통해 보험상품을 탐색하기 시작하면서 판매채널도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보다 이를 활용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느냐가 보험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짐노흐 자문역은 AI 에이전트가 서류 분류부터 보장 확인·보험금 지급까지 처리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보험금 지급과 같은 반복 업무는 AI가 처리하되 지급을 거절하거나 일부만 지급하는 등 고객에게 불리한 판단에는 직원이 다시 개입하는 방식이다. AI가 보험 업무 깊숙이 들어올수록 판단 과정과 업무 절차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장치도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보험사가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도입한 AI 자체가 새로운 위험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과제로 꼽혔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박영진 보험개발원 신성장지원팀장은 AI 오류와 오작동 등에 대한 보장이 새로운 보험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동시에 보험사 내부에서는 AI의 잘못된 판단이 새로운 운영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AI 판단의 설명 가능성을 확보하고 인간의 감독과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와 장수로 기존 성장 방식의 한계가 커지는 상황에서 바이오·로봇·AI는 보험사가 관리할 수 있는 위험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질병과 사고가 발생한 뒤 손실을 보상하는 데 머물렀던 보험의 역할이 고객의 건강부터 산업현장, AI까지 위험을 사전에 찾아내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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