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광호 기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계양전기’가 유상증자에 이어 안산공장까지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차례 자금 확보 규모만 900억원을 웃돈다. 당장의 유동성 부담을 덜 여지는 생겼지만 본업 적자와 영업현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어 경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자본 여력마저 빠르게 줄고 있는 만큼 확보한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추스르는 동시에 수익성을 되살리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계양전기는 경기도 안산 공장을 해성디에스에 68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계약금 136억원을 확보했으며, 잔금 544억원은 오는 11월 수령할 예정이다. 해당 공장은 1995년 10월 사용승인을 받은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건물이다. 외부평가를 담당한 한미회계법인은 해당 부동산의 가치를 714억원으로 평가했다. 매각가는 평가가액 대비 약 4.8% 낮은 수준이다.
이번 자산 매각은 그룹 내 자산 이동이다. 단재완 회장 일가가 지분 53.92%를 보유한 지주회사 해성산업은 계양전기와 해성디에스, 한국팩키지, 한국제지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해성디에스는 이번에 인수하는 안산 공장을 통해 수도권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중장기 사업 성장을 위한 생산 인프라를 강화할 방침이다.
안산공장 매각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 상황에서 이뤄졌다. 계양전기는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 확보 등을 위해 당초 400억원대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주가 하락으로 발행가액이 낮아지면서 실제 조달액은 243억원으로 축소됐다. 확보한 자금 가운데 130억원은 채무상환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운영자금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유상증자와 안산공장 매각을 합치면 올해 계양전기가 확보하는 자금은 923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이 35억원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단기 유동성에는 상당한 보강 효과가 예상된다. 문제는 외부 자금 조달과 자산 매각만으로는 본업의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계양전기의 재무 여력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358.8%로 2025년 말 959.5%보다 399.3%포인트 상승했다. 2024년 말 555억원이었던 자본총계는 지속적인 순손실과 결손 누적으로 올해 상반기 말 166억원까지 감소했다. 1년 반 만에 약 70% 줄어든 셈이다.
자본총계와 자본금의 격차도 크게 좁아졌다. 상반기 말 연결 자본총계는 166억원으로 자본금 142억원보다 24억원 많은 수준이다. 부채총계는 2258억원까지 불어난 반면 1년 안에 상환·결제 의무가 있는 유동부채는 1983억원에 달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5억원으로 2025년 말 81억원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추가 손실이 누적될 경우 재무구조가 한층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무구조 악화의 배경에는 수년째 이어진 본업 부진이 자리한다. 계양전기는 2022년 10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2023년 손실 규모를 39억원까지 줄였지만 2024년 153억원, 2025년 271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외형이 크게 줄지 않았는데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모습이다.
올해 들어서도 뚜렷한 반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상반기 연결 매출액은 1964억원으로 전년 동기 1961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원가율이 89.5%에 달하는 등 높은 원가 부담이 이어진 가운데 판매관리비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손익 악화는 현금흐름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05억9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99억8000만원보다 현금 유출 규모가 커졌다. 본업에서 현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가운데 이자 부담도 늘었다. 반기 동안 이자 지급으로 빠져나간 현금은 24억원으로 전년 동기 15억원보다 60.2%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평균 가동률 97.5%를 유지해온 안산공장까지 매각 대상에 올랐다. 계양전기는 공장 매각으로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지만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영업 경쟁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유상증자와 공장 매각으로 단기적인 자금 부담을 낮춘 사이 본업의 수익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개선하느냐가 경영 정상화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특히 지금처럼 영업활동에서 현금 유출이 이어질 경우 이번에 확보한 자금도 차입금 상환과 운영 과정에서 소진될 수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와 원가구조 개선을 통해 영업현금흐름을 되돌리지 못한다면 추가 자금 조달이나 자산 매각에 다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딜사이트는 안산공장 매각대금의 구체적인 사용처와 생산시설 이전 계획, 향후 수익성 개선 및 추가 유동성 확보 방안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계양전기 측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담당자 부재로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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