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장소영 기자] 증권사들의 자금조달 무게중심이 단기금융시장에서 공모 회사채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모든 증권사가 같은 이유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상반기까지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차환에 기대던 A급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하반기 들어 잇달아 회사채 발행에 나선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내년 유동성비율 규제가 전체 증권사로 확대되는 것을 앞두고, 1~3개월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부채를 줄이려는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A0)은 지난 21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트렌치(만기) 별로는 1년물 500억원, 1년3개월물 600억원, 1년6개월물 200억원, 만기 2년물 200억원이다. 발행 금리는 트랜치별로 5.10%~5.65% 수준에서 형성됐다. 조달 자금은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CP와 전단채 1500억원을 차환하는데 사용한다. 지난해 10월 발행한 CP 100억과 올해 4~7월 여섯 차례에 걸쳐 발행한 CP·전단채 1400억원이다.
상반기까지 만기 3~6개월 단기물로 굴리던 차입금을 1년 이상 회사채로 갈아탄 셈이다. 한양증권 외에도 A급 증권사들의 회사채 발행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9일에는 DB증권(A+)이 2000억원 회사채를 발행했다.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서 6600억원의 주문을 확보하면서 증액 발행했다. LS증권(A0)도 다음달 21일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14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회사채 발행 확대 배경으로 단기차입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성 조달의 만기를 장기화하려는 수요가 커진 점을 꼽는다. CP와 단기사채는 발행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편해 빠르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만기가 짧아 단기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차환 부담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증권사의 유동성 관리 규제가 강화될 예정인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와 파생결합증권 발행사에만 적용하던 유동성비율규제를 내년부터 전체 49개 증권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신조정유동성비율이 적용되면 전체 증권사가 1개월과 3개월의 유동성비율을 각각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유동성비율은 일정 기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같은 기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로 나눈 값이다. 1~3개월짜리 CP·전단채를 1년 이상 회사채로 바꾸면 분모가 줄어 비율 관리가 수월해진다. 그간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중소형 증권사일수록 조달구조를 손봐야 할 필요가 크다.
이미 유동성비율 규제를 받는 대형사들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회사채를 발행한 종투사인 KB증권(AA+), NH투자증권(AA+), 한국투자증권(AA0) 등은 CP 등 기존 채무 상환을 발행 목적으로 제시했다. 대신증권(AA-)도 마찬가지다.
조달 규모 자체가 늘어난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IB 업계 관계자는 "고객 신용융자와 법인 거래의 현금담보 등 거래가 늘어날수록 필요한 자금이 커져 증권사들의 자금 수요가 늘었다"며 "유동성비율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단기차입을 늘리기는 어려워 회사채 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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