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구미현 전 아워홈 회장이 코스닥 상장 화장품업체 '본느' 인수를 끝내기도 전에 이사회부터 장악했다. 인수 대상 지분의 절반도 넘겨받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진을 먼저 교체한 것이다. 여기에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 전환사채(CB) 200억원 등 신규 자금까지 먼저 들어오면서 본느 인수는 '자금 투입→경영권 확보→최종 지분 인수'라는 이례적인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본느 최대주주였던 임성기 전 대표와 특수관계인 4인은 지난 7월31일 구씨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구씨가 이들이 보유한 본느 주식 316만2940주(37.70%)를 주당 4427원, 총 140억233만5380원에 인수하는 내용이었다.
계약 구조는 이후 바뀌었다. 구씨와 매도인들은 지난 7일 '주식 및 경영권 매매계약 변경합의서'를 체결해 주당 매매가격을 4427원에서 3984원으로 약 10% 낮췄다. 이에 따라 총 거래대금도 140억233만5380원에서 126억115만2960원으로 줄었다.
구씨가 7월31일 지급한 계약금 14억원은 그대로 유지됐고 나머지 잔금은 112억115만2960원으로 조정됐다. 이 과정에서 당초 9월10일로 예정됐던 최대주주 변경 예정일도 10월12일로 한 달가량 미뤄졌다.
지분 인수 일정은 늦춰졌지만 경영진 교체는 당초 예정일인 9월10일 그대로 진행됐다. 구씨는 이날 임예원·김미·임준혁·강은실 등 매도인 측 특별관계인 4명에게 잔금 64억6930만3928원을 지급하고 이들이 보유했던 본느 주식 137만2817주를 넘겨받았다. 기존 발행주식 기준 16.36%다.
구씨가 이날 확보한 주식은 전체 인수 대상 316만2940주의 43.4%에 불과하다. 인수 대상의 절반 이상인 임성기 전 대표 보유주식 179만123주(21.33%)는 아직 넘어오지 않았다. 관련 잔금 지급과 지분 이전은 10월12일로 예정돼 있다.
지분 인수가 절반도 끝나지 않았지만 본느 이사회는 새 인수자 중심으로 사실상 전면 재편됐다. 본느는 9월1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구씨를 비롯한 새 이사진을 선임했다. 구씨 본인은 물론 이영열 전 아워홈 부회장 등이 사내이사로 합류했고 사외이사와 감사도 새로 선임됐다.
같은 날 열린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도 강은실씨에서 여민주씨로 교체됐다. 여씨는 구씨가 대표를 맡았던 카넬 출신으로 알려졌다. 지분 37.70%를 모두 넘겨받기 한 달여 전부터 구씨 측이 본느의 의사결정 구조를 먼저 확보한 셈이다.
돈은 이보다 더 먼저 움직였다. 본느는 구씨와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지난 7월31일 이사회를 열어 총 2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함께 결의했다. 제5회 CB 100억원은 구씨 개인이 인수했고 제6회 CB 100억원은 벤타셀렉트가 인수했다. 두 CB의 납입은 지난 8월28일 이뤄졌다. 최종 지분 인수는 10월로 미뤄졌지만 200억원의 자금은 8월에 이미 본느로 들어온 것이다. 다만 CB 200억원 전체를 구씨 개인의 투자금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규모 자금조달은 본느의 실적과 현금 여력이 약화된 시점에 이뤄졌다. 본느는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33% 감소했고 8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현금성 자산도 2025년 말 79억원에서 올해 1분기 54억원으로 감소했다.
CB와 함께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추진됐다. 본느는 7월31일 에이치투자조합을 대상으로 약 2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고 지난 8월14일 대금 납입이 이뤄졌다. 이후 신주발행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어지면서 회사는 신주 상장 예정일을 삭제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본느에는 지분 거래가 끝나기 전 돈과 사람이 먼저 들어왔다. 8월 CB 200억원과 유상증자 자금이 납입됐고, 9월에는 전체 인수 대상의 43.4%만 구씨에게 넘어간 상태에서 이사회와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반면 임성기 전 대표가 보유한 나머지 21.33%의 지분 이전은 10월12일에야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자금과 경영권의 이동 순서다. 구씨가 직접 인수한 CB 100억원을 포함해 200억원의 자금이 먼저 본느에 투입됐고, 뒤이어 구씨 측 인사들이 이사회와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했다. 지분 인수대금 완납을 기다리지 않고 신규 자금을 투입한 뒤 해당 자금을 운용할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까지 먼저 확보한 모양새다.
본느 입장에서도 새 자금은 필요했다. 적자 전환과 현금성 자산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CB와 유상증자를 합쳐 220억원이 넘는 외부자금을 조달했다. 구씨 측은 지분 인수를 마치기 전에 본느 경영을 주도할 기반을 마련했다. 자금이 필요한 회사와 거래 종결 전 경영권을 확보한 인수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선(先) 자금투입·경영권 확보, 후(後) 지분 인수'라는 거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남은 변수는 10월12일이다. 임성기 전 대표가 보유한 21.33%의 지분까지 예정대로 구씨에게 넘어가면 구씨의 본느 인수는 마무리된다. 그에 앞서 경영권을 확보한 새 이사회가 먼저 투입된 자금을 어디에 쓰고 본느의 사업구조를 어떻게 바꿀지가 인수 이후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딜사이트는 거래 종결에 앞서 경영진을 교체한 배경과 신규 자금의 향후 운용 계획 등을 확인하기 위해 본느 측에 질의서를 전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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