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오름테라퓨틱이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신약 개발 중단 결정으로 기업가치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당장 1000억원이 넘는 추가 단계적 기술료(마일스톤) 수령 기회가 사라진 데다 BMS 임상을 통해 기대했던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플랫폼의 임상적 개념증명(Human PoC) 확보도 무산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앞서 자체 개발하던 후보물질에 이어 같은 GSPT1 분해제를 활용한 임상 자산이 잇따라 개발 중단되면서 후속 파이프라인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은 전날 BMS가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 후보물질 'ORM-6151(BMS-986497)'의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BMS는 미국과 유럽, 캐나다에서 ORM-6151의 1상 임상시험을 진행해왔지만 임상 데이터를 검토한 뒤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양사가 2023년 체결한 자산양수도 계약도 종료됐다.
ORM-6151은 오름테라퓨틱의 'TPD²-GSPT1' 플랫폼을 활용한 DAC 후보물질이다. AML 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CD33을 표적하는 항체에 암세포 생존에 관여하는 ‘GSPT1 단백질 분해제’를 결합했다. 기존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세포독성 약물을 암세포에 전달한다면 DAC는 항체를 이용해 표적단백질분해제(TPD)를 암세포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오름테라퓨틱은 2023년 10월 ORM-6151을 총 1억8000만달러 규모로 BMS에 매각했다. 당시 계약금으로 1억달러를 수령했으며 나머지 최대 8000만달러(약 1100억원)는 개발 단계에 따라 받는 마일스톤으로 구성됐다. 이번 계약 종료에도 이미 받은 계약금 1억달러의 반환 의무는 없지만 추가 마일스톤 수령 기회는 사라지게 됐다.
시장에서는 1000억원대 마일스톤 수령 무산보다 ORM-6151을 통한 Human PoC 확보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 더욱 뼈아프다는 평가가 나온다. ORM-6151이 오름테라퓨틱의 GSPT1 기반 DAC 가운데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선 핵심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오름테라퓨틱 입장에서는 BMS의 글로벌 임상을 통해 ORM-6151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실제 환자에서 확인됐다면 개별 후보물질을 넘어 GSPT1 분해제를 활용한 DAC 기술의 Human PoC를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임상 단계에서 기술이 검증될 경우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후속 파이프라인의 개발 가능성과 기술가치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ORM-6151의 임상 데이터를 오름테라퓨틱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이끌 주요 동력으로 꼽아왔다. ORM-6151을 통해 GSPT1 DAC의 Human PoC를 확보할 경우 자체 파이프라인뿐 아니라 향후 추가 기술이전 등 플랫폼 전반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호철·임재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9일 기업분석보고서를 통해 “ORM-6151 1상 코호트가 기존 단독요법에서 표준치료제 병용(아자시티딘 병용 혹은 아자시티딘·베네토클락스 3제 병용)으로 확장돼 1차 치료 진입 가능성이 증가했다”며 “글로벌 1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오름테라퓨틱은 개발 마일스톤과 플랫폼 기술 human PoC를 동시에 확보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BMS가 임상 데이터를 검토한 끝에 개발 중단을 결정하면서 이 같은 기대감도 꺾이게 됐다. 특히 구체적인 임상 결과와 개발 중단 사유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오름테라퓨틱의 GSPT1 기반 DAC 기술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문제는 오름테라퓨틱의 임상 자산이 개발 중단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오름테라퓨틱은 2024년 11월 HER2를 표적하는 자체 DAC 후보물질 'ORM-5029'의 1상 과정에서 중대한 이상사례(SAE)가 발생한 뒤 지난해 4월 개발을 중단했다. ORM-5029 역시 ORM-6151과 마찬가지로 GSPT1 분해제를 페이로드로 활용한 DAC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후속 파이프라인 'ORM-1153'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ORM-1153은 오름테라퓨틱이 ORM-5029 개발 중단과 함께 새롭게 전면에 내세운 차세대 DAC 후보물질이다. 다만 ORM-1153 역시 GSPT1 분해제를 활용한 DAC인 만큼 연이은 파이프라인 개발 중단이 향후 임상 개발과 기술이전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ORM-6151의 구체적인 개발 중단 사유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이를 GSPT1 분해제나 DAC 플랫폼 자체의 문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GSPT1 분해제를 활용한 후보물질의 개발이 연이어 중단된 만큼 후속 파이프라인인 ORM-1153의 임상 개발이나 기술이전 과정에서 시장의 검증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반응도 즉각 나타났다. 개발 중단 공시 이후 오름테라퓨틱 주가는 18일 오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9.96% 하락한 3만7400원을 기록하며 일일 가격 제한폭(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8136억원으로 줄면서 1조원선이 붕괴됐다.
오름테라퓨틱은 이번 ORM-6151 개발 중단과 별개로 DAC 플랫폼을 활용해 파이프라인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BMS로부터 아직 정확한 데이터를 전달받지 못해 ORM-6151의 구체적인 개발 중단 사유를 확인하고 있다”며 “이번 개발 중단으로 전체적인 R&D 전략이 바뀌는 것은 아니며 기존에 진행 중인 ORM-1153에 역량을 집중해 최대한 빠르게 좋은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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