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지분은 단 한 주도 없고 사업상 거래도 없었다. 그런데 코스닥 상장사 ‘우진비앤지’와 자회사들이 돌연 효성의 ‘지배력 행사’ 대상이 됐다. 연결고리는 우진비앤지 최대주주 강재구 대표가 맡고 있던 비영리법인 등기이사 자리였다. 강 대표가 이사직에서 물러나자 상황은 다시 뒤집혔다. 효성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체로 이름을 올린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우진비앤지와 자회사들이 명단에서 빠졌다.
실질적인 지분·사업 관계가 없는 효성과 한데 묶이자 강 대표가 편입 근거가 된 인적 연결고리를 직접 끊은 것으로 파악된다.
17일 딜사이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우진비앤지와 자회사 오에스피, 손자회사 바우와우코리아는 효성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체에서 제외됐다. 이들 기업은 앞서 ‘기타(지배력 행사)’를 사유로 효성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체에 새롭게 포함됐지만 한 달여 만에 다시 명단에서 빠졌다.
명단 제외에 앞서 강재구 우진비앤지 대표는 학교법인 운산학원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강 대표는 지난 8월4일 운산학원 이사를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2월 이사로 재선임된 지 약 6개월 만이다.
효성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효성이 우진비앤지와 오에스피 등 상장사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며 “현재는 이들 상장사들과 효성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진비앤지와 효성을 연결했던 것은 지분이나 사업 관계가 아닌 운산학원이라는 비영리법인을 통한 인적 관계였다. 우진비앤지와 오에스피, 바우와우코리아가 효성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체로 분류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8월이다. 당시 효성의 소속기업체 변동 현황에는 이들 회사의 신규 편입 사유가 ‘기타(지배력 행사)’로 기재됐다.
실제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우진비앤지와 효성 사이에 직접적인 자본 관계는 없다. 우진비앤지와 오에스피를 이끌고 있는 강 대표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우진비앤지 최대주주다. 오에스피 최대주주는 우진비앤지며, 바우와우코리아는 오에스피의 자회사다. 강재구 대표→우진비앤지(코스닥)→오에스피(코스닥)→바우와우코리아(비상장)로 이어지는 별도의 지배구조다.
효성은 이들 기업의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확인되는 사업상 협업도 없다. 효성과 우진비앤지의 반기보고서에서도 상대 회사를 종속·관계기업이나 특수관계자로 기재하지 않았다. 양측 사이의 매출·매입이나 채무보증 등 재무적 거래 관계 역시 확인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이 효성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체에 포함된 배경에는 강 대표가 등기이사로 있던 운산학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운산학원은 논산여자상업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의 배우자 이미경 씨의 부친인 이희상 전 동아원 회장이 과거 이사장을 맡았으며, 현재는 이희상 전 회장의 자녀이자 이미경 씨의 언니인 이데보라(이유경)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데보라 씨는 효성 기업집단 동일인인 조현준 회장의 2촌 인척으로 공정거래법상 동일인관련자 범위에 포함된다. 운산학원 역시 이 같은 인적 관계를 통해 효성 동일인 측과 연결된 비영리법인으로 분류됐고, 이 법인의 등기이사였던 강 대표와 그가 지배하는 우진비앤지 계열 회사들까지 효성 측의 ‘지배력 행사’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결과적으로 지분·사업 관계가 없는 우진비앤지와 효성을 이어준 사실상 유일한 연결고리가 강 대표의 운산학원 이사직이었던 셈이다. 이 연결고리는 강 대표가 지난 8월4일 이사직을 사임하면서 사라졌다.
우진비앤지 측은 강 대표의 사임이 효성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체로 분류된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우진비앤지 관계자는 “효성 측이 지배력을 보유한 것도 아닌데 갑작스레 효성의 계열사로 편입돼야 한다는 당국의 연락을 받고 당황스러웠다”며 “이에 강 대표가 운산학원 이사직에서 사임한 뒤 (효성 계열사에서) 빠지겠다고 했고, 공정위에서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현재는 잘 정리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운산학원 이사직에서 물러나자 우진비앤지뿐 아니라 지배구조상 아래에 있는 오에스피와 바우와우코리아까지 효성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체에서 함께 빠진 것이다. 강 대표가 올해 2월 운산학원 이사로 재선임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직책을 내려놓은 배경도 여기에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편입과 제외가 시장의 관심을 끈 데는 우진비앤지와 오에스피가 시가총액 상장유지 기준을 둘러싼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질적인 지분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인 효성과 같은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체로 분류되면서 양측의 관계를 둘러싼 관심이 커졌다.
우진비앤지의 시가총액은 지난 16일 종가 기준 약 185억원이다. 오에스피는 시가총액 미달을 사유로 지난 7월10일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효성과의 실질적인 자본·사업 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만큼 주채무계열 편입 자체를 효성의 지원 가능성과 연결해 해석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두 상장사의 상장유지 문제가 부각된 시점과 맞물리면서 ‘지분 0주’인 효성이 이들 기업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분류된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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