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확대하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떠안는 보증책임도 커지게 됐다. 기존에는 PF대출의 5~10%가 보증 밖에 남아 금융회사가 위험을 부담했지만, 보증비율이 최대 100%로 높아지면서 이 부분까지 주금공의 책임 범위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PF보증 공급총량과 개별 사업장에 대한 지원 범위까지 확대되면서 향후 보증잔액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당장 기금의 보증여력은 충분하지만 공급 확대가 본격화될수록 주금공의 사업성 심사와 사후관리 역량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금공은 지난달 31일부터 주거사업장에 대한 PF보증 비율을 기존 90~95%에서 최대 100%로 확대했다. 적용 기간은 지난달 31일부터 2027년 말까지다. 이번 개선은 지난달 13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다.
보증비율 확대의 핵심은 PF대출을 둘러싼 금융회사와 주금공 간 위험분담 구조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기존 부분보증에서는 PF대출의 5~10%가 주금공 보증 밖에 남아 금융회사가 신용위험을 부담했다. 전액보증이 적용되면 이 부분까지 주금공의 보증책임 범위에 포함된다. 금융회사의 여신심사 책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PF사업장 부실 발생 때 주금공이 책임져야 할 금액은 그만큼 늘어나는 구조다.
PF보증 공급 규모 자체도 확대된다. 정부는 주금공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보증 공급 규모를 2026~2028년 연평균 28조7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직전 3개년 평균인 13조1000억원의 약 2.2배다. 주금공도 지난 8월 대책 발표 이후 올해 PF보증 공급 목표를 기존 6조원에서 9조원으로 50% 상향했다. 올해 7월 말 기준 PF보증 공급액은 3조4654억원이다.
개별 사업장이 받을 수 있는 보증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규제 완화도 병행됐다. 주금공은 고가주택과 오피스텔 등 준주택이 함께 포함된 혼재 사업장에 적용하던 보증 제한을 완화했다. 조기 착공 사업장 등에 대한 보증료 감면 폭도 기존 30%에서 40%로 확대했다.
보증비율 확대와 이 같은 산정기준 완화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주금공의 보증책임을 늘릴 수 있다. 100% 보증은 같은 PF대출에서 주금공이 책임지는 비율을 높이고, 고가주택·혼재 사업장 규제 완화는 사업장별 보증 산정금액 자체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금공이 제시한 사례를 기준으로 고가주택이 40% 포함된 1000억원 규모 사업장의 경우 기존 약 600억원 수준이던 보증한도가 제도 개선 이후 최대 88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책 확대가 실제 보증잔액 증가로 이어질 경우 주금공이 관리해야 할 신용위험 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개별 사업장의 위험도가 이전과 같더라도 보증잔액 자체가 늘어나면 향후 부실 발생 때 주금공이 금융회사에 대신 지급해야 하는 대위변제 규모도 함께 커질 수 있어서다.
이를 당장 주금공의 건전성 악화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현재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추가 보증여력에는 상당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주금공의 주택보증 운용배수는 9.7배로 법정 한도인 30배를 크게 밑돌고 있다. 운용배수는 보증잔액을 보증재원으로 나눈 수치로, 기금이 보유한 재원에 견줘 어느 정도 규모의 보증을 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보증사고가 발생한다고 해서 대위변제액 전부가 주금공의 최종 손실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주금공은 금융회사에 보증채무를 대신 이행한 뒤 채무자 등에 대한 구상권을 확보하고 담보 처분과 채권 회수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다만 대위변제 시점에는 자금이 먼저 빠져나가는 데다 실제 회수까지 시간이 걸리고 사업장 상황과 담보가치에 따라 최종 회수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보증 확대에 따른 부담을 관리하려면 사고 발생 이후 회수보다 보증 단계에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걸러내는 작업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액보증으로 금융회사가 직접 부담하는 신용위험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주금공 자체의 사업성 심사가 이전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회사의 여신심사 책임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공적 보증기관이 부담하는 위험의 몫이 커진 만큼 주금공의 선별 기능 역시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주금공도 사업자보증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심사체계를 지속적으로 손질해왔다. 일부 PF보증 상품에만 활용하던 심사평가모형을 사업자보증 전 상품으로 확대하고, 심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정성평가보다 정량지표 중심으로 모형을 고도화했다. 사업장 심사의 일관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조치다.
아직 제도 시행 초기여서 실제 영향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지난달 31일 100% 보증이 도입된 이후 관련 상담은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접수되거나 승인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전액보증 확대의 성패는 보증 공급액 자체보다 앞으로 어떤 사업장이 보증 대상으로 들어오는지, 주금공이 사업성을 얼마나 촘촘하게 가려낼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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