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SK브로드밴드 인적분할을 앞둔 김성수 대표가 SK브로드밴드 노조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존속 SK브로드밴드와 신설 SK호라이즌의 대표를 동시에 맡으면서 인적분할로 불만이 커진 노조를 잘 다독여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하지만 노조와의 본격적인 대화를 앞두기 전부터 김 대표가 노조 측이 경영진에 부정적인 표현을 하자 불쾌한 감정을 나타내면서 노사간의 갈등도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측은 추후 CEO 입장문이나 향후 대응 방안에 따라 추가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김 대표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달 27일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인적분할한다고 발표했다. 유선·미디어·엔터프라이즈 사업은 존속회사에 남고 DC와 해저케이블 사업은 SK호라이즌으로 넘어간다. 내년 1분기 분할 완료가 목표다.
지난해 10월 CEO로 선임된 김 대표는 1년도 되지 않아 분할 작업과 신설회사 경영을 준비하게 됐다. SK호라이즌 대표 선임은 분할 완료 후 신설법인 이사회를 거쳐 확정된다. SK브로드밴드에서는 데이터센터(DC) 사업 분리 이후의 성장동력과 투자 재원을 마련해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SK호라이즌에서는 1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AI 인프라 확장과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사업과 주주구조가 달라지는 두 회사를 이끌며 서로 다른 성과를 내야 하는 셈이다.
SK호라이즌 관계자는 “김성수 대표는 기존 DC 사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AI DC 인프라 기업인 SK호라이즌의 신속한 사업 실행 및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김대표가 시작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조 측에서는 김 대표가 데이터센터 없이도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 사업계획과 투자전략으로 입증하지 않고 분할을 진행한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소통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AX 기반의 상품·서비스 혁신과 새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분할 이후 성장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회사가 밝힌 방향만으로는 DC를 대신해 어떤 사업을 키우고 얼마를 투자할지 알기 어렵다. 김 대표가 신설회사의 확장 계획과 함께 존속회사의 투자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특히 이번 투자 유치가 존속 SK브로드밴드의 재원 확충으로 바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도 노조 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전체 거래 규모 3조811억원 가운데 구주 매각대금 1조8811억원은 SK텔레콤에, 신주 발행대금 1조2000억원은 SK호라이즌에 귀속된다. 현재 공개된 거래구조상 존속 SK브로드밴드로 직접 유입되는 자금은 확인되지 않는다. SK호라이즌이 신규 자금을 바탕으로 DC 확장을 추진하는 동안 SK브로드밴드는 이를 대신할 성장사업의 투자 재원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노조 역시 성장재원 확보를 분사의 핵심 쟁점으로 내걸었다.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은 지난 8일 성명서에서 “현재 공개된 거래구조상 SK브로드밴드로 직접 유입되는 자금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DC사업 분리에 따라 SK브로드밴드에 돌아오는 대가가 있는지, 분사 이후 미래 성장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회사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구주 매각대금 일부의 재투자와 구체적인 성장·투자계획, 이동·잔류 구성원에 대한 보상 및 보호대책을 요구하며 “명확한 답변과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분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HR을 총괄하는 민부식 SK브로드밴드 기업문화센터장이 공지사항을 통해 회사 입장을 표명했지만 기존 설명회 때와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어 노조 측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성장 동력이나 계획은 연말 쯤에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노조 측은 사실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김 대표의 과제는 모회사와 재원협의를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해졌다. 노조가 요구하는 구주 매각대금 재투자는 SK텔레콤의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분할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존속회사의 사업계획을 뒷받침할 투자와 지원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노조 측에서는 김 대표가 경영진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다는 표현 등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다음주 본격적인 입장 표명과 추후 행동에 대해 준비 중이다.
이와 더불어 김대표는 SK호라이즌에서도 유치한 자본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현재 운영 중인 DC 8곳과 울산·구로에서 건설 중인 AI DC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318MW 규모로 확장하고 해저케이블 사업도 키울 계획이다. 존속회사의 투자 대상과 재원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신설회사에서는 건설·가동 일정과 고객 확보를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분할 발표 당시 “SK호라이즌을 지속적으로 스케일업 해 국내 최고 DC 사업자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318MW는 설비 규모에 관한 목표다. 신규 자금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시설을 늘리는 데서 나아가 이를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해야 투자 성과를 입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그룹의 인프라 확장 전략뿐 아니라 투자자의 수익성과 기업가치 제고도 성공시켜야한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의 100% 자회사지만, SK호라이즌은 단계적 투자 완료 후 SK텔레콤 51%, KKR 29%, IMM컨소시엄 20%의 지분구조를 갖춘다. 외부 재무적 투자자(FI)가 합계 49%를 보유하고 있다.
SK호라이즌 관계자는 “AIDC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FI들과 협의 등을 통해 충분한 공감대를 갖고 있으며 향후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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