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글로벌 음악업계가 AI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AI 업체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벌이던 음원사들이 정식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AI 음악 생성 플랫폼 수노(Suno)는 워너뮤직그룹(Warner Music Group, WMG), BMG, 빌리브(Believe) 등과 협력해서 AI ‘v6’를 출시했다.
수노는 이용자가 글이나 음성을 입력하면 AI가 음악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이다. v6 모델에서는 노래의 특정 부분만 수정하거나 여러 보컬과 악기 등을 섞어 새로운 곡을 만들 수 있다. 글로벌 음악업계의 AI 활용이 단순한 제작 도구를 넘어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소송하던 음원사, AI와 손잡았다
WMG를 비롯한 글로벌 음원사들은 그동안 자사 음악을 허락 없이 AI 학습에 활용했다며 수노 등 생성형 AI 업체와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이번 v6의 출시로 음원사는 AI 활용 자체를 막기보다 정식 사용료를 받고 수익을 나누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WMG는 지난해 11월 수노와 분쟁을 끝내고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 목소리, 음악 등을 AI에 사용할 지 직접 결정하는 옵트인(Opt-in) 방식도 도입했다. BMG도 지난달 수노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참여를 선택한 아티스트와 작곡가의 음악을 AI 서비스에 활용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구조이다.
빌리브의 변화는 더 뚜렷하다. 빌리브와 자회사 튠코어(TuneCore)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수노에 음악 유통 자체를 제한했다. 하지만 이달 8일 수노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AI를 거부하던 회사가 수개월 만에 AI에음악을 직접 유통하고 수익을 나누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기존 음악산업은 이용자가 스포티파이(Spotify)나 유튜브(YouTube)에서 음악을 들으면 음원사와 아티스트가 수익을 얻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v6의 출시로 음원사는 앞으로 AI로 음원을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도 돈을 추가로 벌 수 있게 됐다. 이용자가 서비스 이용료를 내고 AI로 음악을 편집하면 그 수익은 플랫폼과 음원사, 아티스트가 나눈다.
로버트 킨클(Robert Kyncl) WMG사의 CEO는 이를 ‘창작 기반 수익(Creation-based revenue)’이라고 표현했다. 음악을 듣는 횟수뿐 아니라 팬이 음악을 직접 만드는 행동까지 돈이 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스포티파이도 지난 5월 유니버설뮤직그룹(Universal Music Group, UMG)과 계약을 맺었다. 팬이 아티스트의 음악을 AI로 커버하거나 리믹스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K팝도 AI와 협력할까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같은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K팝은 음원뿐 아니라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이미지, 캐릭터, 팬덤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산업이다. 팬이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해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시장이 열리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다.
하이브는 이미 AI 음성기술 기업 수퍼톤(Supertone)을 보유하고 있다. 수퍼톤은 노래와 연기가 가능한 AI 음성을 만들고, 이를 음악과 영화, 유튜브, 버튜버 등 다양한 콘텐츠에 활용할 수 있다. 아티스트의 음악 IP와 팬들의 참여를 결합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음악업계가 추진하는 AI 기반 서비스와 맞닿아 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올해 공개한 ‘SM NEXT 3.0’을 통해 AI를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JYP퍼블리싱은 올해 작곡가 오디션에서 수노와 유디오(Udio) 등 생성형 AI에 음악 제출을 제한했다. 다른 회사에 비해 기존의 창작물과 아티스트 IP 관리에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을 AI 학습에 이용하려면 협회로부터 사전 서면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 AI가 기존 음악을 어디까지 학습할 수 있는지, 발생한 수익을 누구에게 얼마나 나눌지 등 기준도 아직 만들어지는 단계다.
최근 음원시장과 AI 서비스와의 협업 움직임에 대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AI 음악에서 발생한 수익을 권리자에게 배분하기 위해서는 학습데이터와 생성물의 이용 범위, 이용 내역의 투명한 공개, 권리자 식별 및 사용료 산정 방식 등을 포함한 라이선스 체계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며 “현재 국내에서는 이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수익배분 방식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 창작자의 실질적이고 주도적인 창작 기여가 확인되는 AI 활용 저작물은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지난 8월3일 시행했지만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추가 논의 필요 의견에 따라 해당 기준을 철회했다”며 “향후 제도적 기반과 시장 여건이 갖춰질 경우 AI 사업자와의 정식 라이선스 및 권리자 보상 체계 마련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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