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냉각 설비 시장의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센터 운영을 보조하는 공조설비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서버 집적도 및 가동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으면서다. 이에 액체냉각 방식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을 선점을 위한 경쟁도 점차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최신 고성능 AI 칩의 열설계전력(TDP)은 1kW(킬로와트)를 넘어섰고 랙 단위 AI 서버의 소비 전력도 수백kW 수준으로 높아졌다. TDP는 냉각 시스템이 처리해야 할 열의 규모를 의미한다. 높을 수록 이를 처리할 냉각 장치의 성능도 높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냉각 솔루션에서도 액체 냉각은 이제 필수로 자리잡았다. 차가운 공기를 활용하는 기존 공랭식으로는 이같은 수준의 발열을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전문 연구업체 업타임인스티튜트는 랙 전력이 150kW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서면 사실상 액체냉각을 활용해야만 열을 처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DTC 방식 냉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DTC는 GPU나 CPU에 냉각판(콜드플레이트)를 부착해 열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액체 냉각 솔루션에 대한 수요는 지난해 이후 가파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트렌드포스는 AI칩 기준 액체냉각을 적용하는 비중이 지난해 33%에서 올해 53%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의 경우 60%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엔비디아, AMD를 비롯해 구글 등 빅테크들은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까지 액체냉각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환경으로 관련 장비 시장의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장비 시장 규모는 오는 2029년까지 약 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버티브를 비롯해 쿨IT, 엔벤트, 보이드 등이 주요 액체냉각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해외 빅테크 데이터센터는 이미 액체냉각 적용이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페어워터'에 폐쇄형 액체냉각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구글도 올해 6월 기존 공랭식 데이터센터에서도 액체냉각 서버를 사용할 수 있게 랙 단위로 설치하는 '브라조스'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트렌드포스는 "구글의 경우 현재 AI 서버의 80% 이상에 액체냉각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냉각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기반이 갖춰지고 있다. 특히 새로 구축되는 AI 데이터센터부터 액체냉각을 처음부터 설계에 포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KT클라우드는 지난해 개소한 가산 AI데이터센터에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 최초로 DTC 액체냉각을 상용화했다. KT클라우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AI 인프라를 확대해 중장기적으로 500MW 이상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내년 준공을 목표로 파주 AI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파주 데이터센터는 공랭과 DTC 액체냉각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체 실증 결과 DTC 방식 적용을 통해 에너지 효율은 기존 보다 약 24%르 가량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 CNS도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총 수전용량 80MW인 삼송 데이터센터에 DTC 액체냉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랙당 200kW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초고밀도 환경에 대응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 GPU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양사는 내년까지 관련 인프라 구축과 실증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가전업체들의 경쟁도 심화할 전망이다. LG전자의 경우 AI 데이터센터 냉각을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설정해 2030년까지 전체 냉난방공조(HVAC) 사업 매출을 2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인수한 플랙트그룹을 앞세워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생산라인 구축에 나섰다. 이를 통해 빠르면 2028년부터 냉각 솔루션 관련 제품 생산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를 짓고자 하는 수요가 커진 만큼, 여기에 들어가는 냉각 시스템을 규모감 있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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