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민 인턴기자]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올해 처음으로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 호황으로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크게 늘어난 데다 원화 가치도 오른 영향이다.
한국은행(한은)이 8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 호조로 국민이 벌어들인 소득이 생산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기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제 아래 4만달러 돌파 시점을 2027년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좋아지고 최근 환율까지 하락하면서 올해 돌파 가능성이 커졌다.
◆ 반도체 호황에 국민소득 '껑충'
국민소득을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6%로 크게 변동이 없었다. 반면 실질 GNI는 같은 기간 3.1% 상승했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는 3만6963달러였다.
실질 GDP란 인플레이션을 빼고 국가가 실제로 얼마나 생산량을 늘었는지를 파악하는 지표다. 실질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전체 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값을 뜻한다.
수출 가격이 수입 가격보다 유리하게 움직인 영향이 컸다. 2분기 수출 디플레이터(deflator)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6% 상승했다. 수입 디플레이터도 21.0% 올랐지만 수출 가격 상승폭에는 크게 못 미쳤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품 가격이 크게 뛰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됐다.
과거와 똑같은 양의 물건을 수출해도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러한 수출입 가격 차이로 국가가 얻은 이익인 '실질무역이익'은 2분기에 58조5000억원을 기록하면서 1분기(38조7000억원)보다 약 20조원 늘어났다.
반도체와 기계·장비의 실제 수출 물량도 1분기보다 1.3% 증가하며 소득 증가에 기여했다. 한국이 수출한 상품의 가격은 높아지고, 수입 상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상승하면서 같은 양을 수출해도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됐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제 물가를 그대로 반영한 '명목' 지표를 살펴보면 경제 규모의 확장세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2분기 명목 GNI는 1분기 대비 8.8% 늘어났고, 명목 GDP는 9.2% 증가했다. 2분기 명목 GDP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6.4%나 급증했다. 이는 1979년 3분기 이후 약 47년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반도체 등 주력 상품의 가격 상승이 국가 경제의 전체 외형을 크게 키웠음을 보여준다.
최근 환율 하락도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국제적인 비교를 위해 원화로 번 돈을 달러로 환산해서 발표한다. 따라서 국민들이 우리 돈으로 똑같이 5000만원을 벌었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면 달러로 계산한 최종 소득 수치는 더 커지게 된다.
실제로 최근 환율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은 1340.5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7월 말까지 기록된 연평균 환율은 1485.3원이었다. 최근 하락세가 반영되면서 9월7일 기준 연평균 환율은 1471.4원까지 낮아졌다.
◆ 기업소득 18.5% 늘 때 임금은 1.9%
다만 국민소득이 늘어난 내용을 자세히 보면 기업과 가계 사이에 차이가 크다. 2분기 기업의 총영업소득은 전분기보다 18.5% 증가했다. 201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반면 근로소득은 1.9% 증가했다. 단순히 증가율만 비교하면 기업 등의 영업소득은 18.5% 늘어난 반면 근로소득은 1.9%만 증가했다. 최근 국민소득 증가에 기업이 차지하는 몫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의미다.
소비도 소득만큼 빠르게 늘지는 않았다. 2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4% 증가했다. 가전제품 구입과 음식·숙박 등 서비스 소비가 늘었지만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반대로 총저축률은 45.6%까지 올랐다. 전분기보다 3.9%포인트 상승했다. 197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총저축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국민들이 소비하지 않고 돈의 아끼는 비중이 커졌다는 뜻이다. 소득이 크게 늘었지만 소비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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